 앤디 버넘(가운데) 의원이 지난 2023년 4월 프란치스코 교황(맨 왼쪽)에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선수의 유니폼을 선물하고 있다. OSV
영국 차기 총리에 가톨릭 신자인 앤디 버넘 하원의원의 취임이 확실해졌다. 영국에서 가톨릭 신자 총리가 나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버넘 하원의원은 후보자 등록일 첫날인 지난 9일(현지시간) 노동당 하원의원 403명 중 322명의 지지를 받았다. 이는 전체 의원의 79.9%에 해당한다. 당내 단독 입후보한 버넘 의원은 17일 노동당 특별 회의에서 새 당 대표로 공식 추대되고, 20일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앞서 키어 스타머 총리는 지난 6월 22일 사임을 발표했다. 영국은 원내 다수 의석을 확보한 당의 당수가 총리직을 맡는다. 이에 노동당은 차기 지도자 선출을 위한 공식 일정에 돌입하고, 경선 없이 버넘 의원이 추대 수순을 밟았다. 버넘 의원은 그레이터 맨체스터 3선 시장을 마친 뒤 6월 18일 원내에 재입성했다. 후보자 등록이 16일까지인데, 14일 현재 경쟁자가 없다.
버넘 의원이 총리직을 맡게 되면 영국 역사상 최초로 가톨릭 신자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1997~2007년 총리를 지낸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퇴임 후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총리직에 오를 당시엔 성공회 신자였다.
버넘 의원은 아일랜드계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가톨릭 신앙 안에서 자랐다. 복사로 활동했으며, 가톨릭 미션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2009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가족 외에 내 삶에서 중요한 세 가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에버턴, 노동당, 가톨릭교회”라고 했다. 2023년에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아르헨티나 출신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선수의 유니폼을 전달한 바 있다. 버넘 의원의 자녀 모두 가톨릭 학교에 다녔으며, 그의 형 닉 버넘은 가톨릭 학교 학장을 맡고 있다.
그는 가톨릭 사회 교리에 따른 평등과 공정, 정의, 빈곤한 자에 헌신 등을 정책에 적용하려는 성향을 띠고 있다. 다만 동성혼이나 낙태, 말기 환자 조력사 등에 찬성해 가톨릭교회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 면모도 보인다.
영국에서 사상 첫 가톨릭 신자 총리가 나오면, 영국 성공회 주교 임명 관련 헌법 조항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1829년 영국에서 가톨릭 구제법(해방령)이 제정됐는데, 이 법으로 가톨릭 신자들도 의회에 입성하고 공직을 맡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법 제18조에 따라 가톨릭 신자가 성공회 주교 임명에 관해 왕실에 자문을 제공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아, 버넘 의원이 총리가 될 경우 이를 이행할 수는 없게 된다.
존 톤지 리버풀대 정치학과 교수는 교계 매체 EWTN에 “버넘 의원이 총리가 되면 법적으로 국왕에게 성공회 주교 임명에 대해 제청할 수 없다”며 “대신 법무부 장관이 조언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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