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스위스 에콘에서 열린 성 비오 10세회의 주교 서품식 모습.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레오 14세 교황의 반대에도 서품식을 강행한 성 비오 10세회에 자동 파문 제제 처분을 내렸다. OSV 전통주의 성향의 ‘성 비오 10세 사제 형제회’(SSPX, 성 비오 10세회)가 1일(현지시간) 스위스 에콘에서 자체적으로 주교 서품을 강행했다. 교황청은 24시간 만인 2일 관련자 전원에게 자동 파문 제재를 내렸다.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2일 발표한 교령을 통해 “서품식을 공동집전한 성 비오 10세회의 알폰소 데 갈라레타 주교와 베르나르 펠레이 주교, 새로 서품된 파스칼 슈라이버·마이클 골다드·미셸 푸앵시네 드 시브리·마르크 아나피에 신부는 교황의 위임 없이, 교황 뜻에 반하여 네 명의 사제를 주교로 서품하며 교회 분열을 일으켰다”며 자동 파문 제재(latae sententiae) 처분을 내렸다. 교회법에 따르면 해당 파문은 교황만이 해제할 수 있다.
신앙교리부는 가톨릭 성직자와 평신도들에게 “성 비오 10세회의 분열에 동조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를 어길 경우 즉시 파문 조치에 처한다고 강조했다. 성 비오 10세회는 교황청의 파문 교령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객관적으로 부당하고 무효하다”며 “주교 서품은 중대한 필요성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 비오 10세회는 프랑스 교회의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 등이 설립한 전통주의 성향 사도생활단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혁안, 특히 전례 개혁을 거부하며 로마 전례만을 거행해온 단체다. 이들은 지속해서 자체적으로 임명한 주교들의 서품식을 열겠다고 밝혀왔다.
주교 서품 이전부터 교황청을 비롯한 가톨릭 교회 사목자들은 성 비오 10세회의 이 같은 행위가 교회의 분열을 야기한다며 즉시 교회 품으로 돌아올 것을 호소했다. 신앙교리부 장관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지난 5월 13일 주교 서품식에 대해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는 ‘이교적 행위’이며, 이교에 공식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중대한 범죄이자 교회법상 파문 행위”라고 경고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성 비오 10세회 일원들이 주교 서품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었다. 교황은 지난 5월 연설에서 “모두가 열린 마음과 겸손한 태도로, 교회에 대한 충실함으로 전례 규범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품식 이틀 전인 6월 29일에도 성 비오 10세회 총장 다비데 팔리아라니 신부에게 서한을 보내 “제발 돌아서 달라”며 “교회는 성령께서 가능하게 하시고 열매를 맺어주실 대화와 이해의 길을 향해 열려 있다”고 거듭 호소했다.
전 신앙교리부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은 6월 26일 추기경회의에서 “이교적 입장에 환멸을 느끼고 돌아오려는 이들을 위해 과거 ‘하느님의 교회(Ecclesia Dei)’와 같은 교황청 위원회를 재설립하자”면서 성 비오 10세회를 이탈하려는 신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방안도 제안했다.
성 비오 10세회가 주교 서품을 강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8년에도 교황 승인 없이 주교를 서품했고, 당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자의 교서 「하느님의 교회」(Ecclesia Dei)를 발표하고 교황청 주교성(현 주교부) 교령을 통해 파문 제재를 내렸다. 이후 교회는 2009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앞선 파문 제재를 사면한 후 성 비오 10세회가 교회 안에 온전히 일치하는 방안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재차 주교 서품을 강행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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