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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행복 요리사 2026-06-26

애화학교 식당 주변에 보물창고가 있다. 바로 장독대다. 큼지막한 장독마다 간장·고추장·된장이 그득그득 담겨 있어 요리할 때 매운맛, 구수한 맛, 짠맛을 내는 데 요긴하게 사용한다. 이렇게 소중한 장들을 30년 이상 매년 봄방학 때 조리사님들과 함께 담그는 분은 허귀엽(베로니카) 영양교사님이다. 애화는 배추김치, 석박지도 2달에 한 번씩 담그고, 대부분 야채를 구매해 직접 조리하기에 음식재룟값도 절감하고, 교직원·학생들이 더 맛있고 푸짐하고 질 좋은 점심을 먹고 있다.

예전에 유치원에서 4년 정도 근무하다가 종신서원을 위해 애화학교를 떠났었는데, 그때 가장 그리웠던 음식이 대합 살, 쇠고기를 함께 넣어 끓인 미역국과 돼지고기를 삶아 구워서 졸인 동파육이었다. 애화학교에서 근무하다 떠난 선생님들을 만나면 “애화학교 밥이 맛있었다. 특히 수요일 특식이 먹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특별히 맛있었던 것은 삼계탕인데, 국물을 자꾸만 떠먹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또 낙지를 이용한 연포탕은 한약재를 넣어 “와, 이건 보약이구나!” 하며 맛있게 먹었다. 우엉·대추·메추리알·쇠고기를 함께 졸인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떻게 이렇게 귀한 요리를 하셨어요?” 하고 물었더니, 허 선생님은 “저는 장애라는 편견 때문에 사회에 나가면 힘들어할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만이라도 충분히 존중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리해요”라고 답했다. 2022년에는 그린급식비 공모에 당선돼 채소·과일을 넉넉히 먹을 수 있었고, 2025년에는 친환경 농산물 우수 학교에 선정돼 허 선생님이 우수상을 받았다.

코로나 때는 급식이 없었다. 조리사 인건비도 안 나왔기에 학생 20여 명의 점심을 허 선생님 혼자 준비했다. 그때 나는 30분씩 재료 손질을 도왔는데, 하고 나면 어찌나 힘들던지 조리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허 선생님은 몇 년째 유치원·초등학생들 43명 점심을 손수 챙기고 있다. 아이들이 잘 먹도록 쇠고기 요리를 따로 다져 먹기 좋게 내주고, 학생마다 잘 먹는 음식, 피해야 하는 음식 분량을 조절해 식판을 준비해준다.

눈으로 봐서 즐겁고, 맛과 향이 좋아 오감이 만족할 점심을 준비하는 허귀엽 선생님, 오랫동안 애화학교 가족들을 위해 수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마태 25,23)

 

[가톨릭평화신문 2026-06-26 오전 10:19: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