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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로 빚은 신앙] 성물에 담은 신앙 | 2026-0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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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제2대리구 중앙본당 주임으로 계시던 시절부터 정영식(바오로) 신부님께서는 성화와 성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이후 교구 제1대리구 영통성령본당 주임으로 부임하시며 성전 건축과 성물 조성에 대한 관심으로 수원가톨릭미술가회 소속 작가들과 여러 작가들이 참여하는 뜻깊은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당시 영통성령성당에 들어갈 종탑 십자가, 성수대, 야외 분수대 제작에 참여하는 은총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집을 함께 만드는 작업은 미술 작가로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성물 제작은 단순한 미적 취향을 넘어, 전례 공간 안에서 신앙이 어떻게 살아 숨 쉬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종탑 십자가를 구상하며 떠오른 것은 단 하나의 형상이 아니라, 시대와 신앙 안에서 끊임없이 변주되어 온 수많은 십자가의 모습이었습니다. 고통과 희생의 상징으로만 머물던 십자가를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희망과 구원의 표징으로 다가와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날카롭고 무거운 이미지보다는, 부드럽고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형상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멀리서도 바라볼 수 있지만, 마음으로는 더욱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십자가를 생각하며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성수대에는 성혈과 성령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붉은 석재는 그리스도의 고귀한 희생을 상징하고, 상부의 형태는 비둘기를 단순화하여 구상했습니다. 세례 때 물 위로 오르신 예수님께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오셨듯,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이 성수를 통해 새로이 태어나는 삶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야외 분수대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가 중심 기둥을 감싸며,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순명과 봉헌’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비록 작을지라도 기꺼이 내어놓을 때, 그것이 하느님의 손안에서 얼마나 큰 기적으로 변화될 수 있는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물의 흐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신앙의 깨달음을 조용히 전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성물을 완성하고 성당 봉헌식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은 그 자체로 감사와 기쁨의 여정이었습니다. 함께한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길로 이끌어주신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작업은 단순한 제작을 넘어 신앙의 체험이 되었습니다. 성물 안에 담기는 것은 결국 우리의 믿음과 삶이라는 것. 그리고 그 믿음이 머무는 공간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성당임을 이 소중한 여정 속에서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돌아보면 모든 과정이 은총이었습니다. 성물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신앙의 여정입니다. 글 _ 이재옥 모데스타(수원가톨릭미술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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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 2026-05-04 오후 4:32:11 일 발행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