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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미술 산책]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성녀 안나와 성모자> | 2026-0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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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당시 60대 초반이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으로 물 흐르는 듯 생기 넘치고 절제된 움직임과 고상하고 우아한 색채 그리고 무한대로 펼쳐지는 원경의 자연 풍광 등 그의 원숙한 화풍이 고스란히 담긴 걸작입니다. 그는 르네상스의 과학적인 일점소실원근법을 넘어 ‘시각적 효능은 어느 한 지점으로 귀착되지 않고 눈의 동공 전체로 확산된다’는 광학적 연구에 근거한 ‘대기원근법(atmospheric perspective)’과 사물의 윤곽선을 ‘연기처럼(sfumato)’ 흐릿하고 몽환적으로 표현하는 화풍을 창안했는데, 이는 바로 <모나리자>의 미소가 신비롭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여기서는 성모자의 모친 성녀 안나도 함께 등장하는데 모녀간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들이 세상의 시간 개념을 초월한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맨 뒤에는 가장 크게 표현된 안나가 있고 무릎 위에 마리아가 앉아 있는데, 우리 시선은 사랑 넘치는 눈으로 마리아를 내려다보는 성녀 안나, 근심 어린 표정으로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시선과 그를 향해 뻗은 두 팔 그리고 천진하게 성모를 올려다보며 흰 양에게 팔을 뻗는 아기 예수에게로 이어집니다. 여기 아들이 맞닥뜨릴 고통의 운명을 막으려는 듯 희생의 상징인 양 위에 올라타려는 예수를 말리려는 성모의 간절함이 전해져 애처롭습니다. 또한 안나의 몸은 좌측으로 움직이는 반면 시선은 예수에게로 향하고, 마리아의 몸과 시선은 다시 우측의 예수에게로 그리고 예수와 양은 고개를 돌려 마리아를 바라보는 매우 복잡하고 역동적인 구도로 표현되었는데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은 인물들이 균형 잡힌 피라미드 구도로 배치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우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에서 동작과 시선을 통해 드러나는 복잡 미묘하고 신비로운 교감, 바로 ‘성스러운 대화(Sacra Conversazione)’가 오가는 순간입니다. 자연과 인체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 레오나르도. 그에게 땅은 인간의 ‘살’, 산맥은 ‘골격’ 그리고 강물은 ‘피’입니다. 여기 원경의 푸르스름 어렴풋한 자연풍광과 전경의 인물들이 살아 숨 쉬는 듯 느껴지는 것은 이 모두 대자연 속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한의 자연 속 성가족은 동양의 장자(莊子)가 일컫는 물아일체(物我一體), 즉 ‘바깥 사물과 나,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우러져 한 몸으로 이루어진 그것’을 연상시킵니다. 이같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그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것, 이것이 대자연의 신비, 바로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글 _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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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 2026-05-04 오후 4:32:11 일 발행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