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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만난 복음] 가정의 달 | 2026-0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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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북향민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부활 시기가 지나고 꽃도 곱게 피는 때가 되면, 해마다 이들과 봄나들이하러 갑니다. 그런데 북향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늘 한 가지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흔히 말해 ‘족보가 꼬인다’는 것입니다. 북향민들끼리 결혼한 경우가 많다 보니, 어떤 한 사람을 모두가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누구에게는 시어머니이고, 누구에게는 친정어머니가 됩니다. 어떤 사람은 제수씨가 되기도 하고, 처제가 되기도 합니다. 각자 들어온 시기가 다르기에 언니와 동생이 되었다가,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모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에게 호칭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서로를 언니, 오빠라 부르고 어머니라 부르며 자연스럽게 가족처럼 지냅니다. 혹시 호칭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물어봐도,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비록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만난 사람이 진정한 어머니가 되고 또 시어머니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예전 본당에서 사목하던 시절, 첫영성체를 준비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던 한 아이가 제게 다가와 이렇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하느님 안에서 다 형제자매라고 하면 저도 신부님 동생이에요? 저도 신부님을 형이라고 불러야 해요?” 정말 귀여워 웃으며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북향민들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 안에서 실제로 서로 형제자매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5월은 성모 성월이면서 동시에 가정의 달입니다. 저 역시 중국에 있을 때는 5월만 되면 유난히 외로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온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혼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마음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괜히 전화 한 통 더 드리곤 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에 처음 정착하는 북향민들도 비슷한 마음일 것입니다. 언론은 연일 가정의 달을 이야기하지만, 홀로 이 땅에 정착해야 하는 이들에게 그 말은 오히려 더 쓸쓸하고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5월을 ‘가족의 달’이 아니라 ‘가정의 달’이라고 부를까요? 저는 그 말 안에 혈연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울타리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북향민들에게 하나의 가정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이미 같은 북향민들끼리 서로의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혈육은 아니더라도 한 가정을 이루는 형제자매라면, 우리 역시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5월에도 외롭게 지내는 이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함께 가정의 달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들이 참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밤 9시에 바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글 _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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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 2026-04-27 오후 5:12:42 일 발행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