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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리는 만큼, 고해성사의 은총도 깊어집니다” 2026-03-18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서 65세 이상은 약 109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46%를 차지한다. 이는 한국사회가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한국교회는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됐다. 주교회의가 매년 발표하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 에 따르면 2019년 이후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줄곧 20%를 넘었고, 2024년에는 27.5%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령층 맞춤 사목으로 눈길을 끄는 공동체가 있다. 바로 대전교구 당진 순성본당(주임 조중원 다니엘 신부)이 성당 고해소에 설치한 헤드폰 ‘에파타’다.

 

 

농촌 지역에 자리해 고령 신자가 주를 이루는 본당은 사순 시기 판공성사를 앞두고 청력이 약해 고해성사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고해소에 헤드폰을 마련했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로 인한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르코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귀먹은 이에게 “에파타(열려라)!”라고 말씀하시며 귀를 열어 준 대목(마르 7,33-35 참조)에서 착안해 헤드폰에는 에파타라는 이름을 붙였다. 에파타는 기존에 있던 헤드셋과 마이크, 믹서 등을 활용해 만들었다. 고해소 내 사제석의 마이크 음성이 믹서를 거쳐 참회자석 헤드셋으로 전달되는 방식으로 참회자가 사죄경을 또렷이 들을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사용해 본 신자들은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 성사를 훨씬 편안하게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떤 신자는 “오랜만에 제대로 신부님 목소리를 듣고 성사를 볼 수 있었다”며 고해성사 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헤드셋을 착용하면 외부 소음이 줄어들고 사제의 음성이 분명히 전달돼 고해성사 대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당은 소외되는 이 없이 모든 신자가 성사의 은총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번 시도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가 2024년 12월 1일 발표한 「2025-2028 사목교서 성사 은총 안에서 형제 공동체인 교회 복음을 전하며 피조물을 돌보는 교회」에서 “교회에 가장 근본이 되는 생명력은 성사 은총”이라며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는 일상 안에서 항상 주어지는, 마치 음식과 같은 은총의 성사”라고 밝힌 바 있다. 에파타 역시 이러한 방향에 발맞추려는 노력 가운데 하나다.

 

 

조중원 신부는 “설치 이후 신자분들이 성사를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고백의 내용도 깊어지는 등 성사의 질이 좋아졌다”며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라는 말씀처럼, 신앙은 잘 들었을 때 일상에서의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목 방안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도 제안했다. 조 신부는 “신자들에게 필요한 사목적 배려가 무엇인지 여러 신부님과 함께 고민을 나눴으면 한다”며 “이러한 고민이 사목적인 열매로 맺어져 더욱 풍성한 교회 공동체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catimes.kr

 

[가톨릭신문 2026-03-18 오전 9:1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