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News

  • 전례성사
  • 가톨릭성미술
  • 가톨릭성인
  • 성당/성지
  • 일반갤러리
  • gallery1898

알림

0

  •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디지털 시대의 사순, ‘미디어 단식’을 생각한다 2026-03-11

사순 시기는 단식과 절제를 통해 신앙을 돌아보고 하느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시간이다. 전통적으로 단식은 음식이나 기호품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실천돼 왔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이의 일상을 차지하는 것은 음식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일지도 모른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하루 종일 디지털 기기에 매몰된 채 살아가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디지털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이 인간관계를 빈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교황은 특히 “소셜미디어가 진정한 만남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온라인 소통이 실제 인간관계를 약화시킬 위험을 지적했다.(2019년 제53차 홍보 주일 담화) 


필리핀 주교회의가 올해 사순 시기 발표한 사목 서한 「음식을 넘어선 단식: 디지털 미디어 안에 그리스도를 모시기」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주교회의는 디지털 기술이 비록 유익하지만, 과도한 사용은 기도와 침묵의 시간을 빼앗고 인간적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아침과 취침 전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고, 식사 시간에는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거나 끄고 기도와 성경 읽기, 가족과의 대화에 할애하는 ‘미디어 단식’을 제안했다.


사순 시기의 단식은 단순히 욕구를 참는 행위가 아니다. 극기를 통해 삶의 중심을 다시 하느님께 향하도록 하는 영적 훈련이다. 잠시 화면을 내려놓고 침묵 속에서 가족과 이웃을 바라보는 시간,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단식일지 모른다. 그렇게 비워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다시 기도하고, 하느님께 마음을 향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신앙인에게 ‘미디어 단식’은 삶의 중심을 하느님께 돌려놓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26-03-11 오후 1:29:21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