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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특집] “올해 사순에는 ‘미디어 단식’ 도전해 보세요” 2026-03-11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손이 먼저 움직인다. 알람을 끄고 카톡을 확인하고 뉴스 헤드라인을 훑는다.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미 수십 개의 메시지와 이미지 속에 잠겨 있다. 출퇴근길에서, 식탁에서도, 잠들기 직전 이부자리에서도 휴대폰 화면은 하루의 빈틈을 거의 남김없이 채운다.


2025년 기준 전 세계인은 하루 평균 약 6시간30분 이상을 인터넷 사용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디지털 통계 리포트 「디지털 2025: Global Overview Report」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는 55억6000만 명,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52억4000만 명에 이른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주간 평균 이용 시간은 20.5시간, 하루 약 3시간 수준이다. 특히 10~40대는 평균보다 더 오래 사용해 실제로는 하루 4시간 안팎을 인터넷과 모바일에 쓰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처럼 미디어가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대에 “올해는 무엇을 끊을까”라는 사순의 물음에 ‘미디어 단식’은 오늘의 현실을 가장 정직하게 비추는 답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형태의 금식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사순 담화에서 ‘욕망이 죄로 우리를 이끄는 여러 길들 중 하나’로 디지털 미디어 중독을 지적하며, “이것이 인간관계를 빈곤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문자 메시지, SNS, 영상·게임 중독 등이 대면 관계와 진정한 만남을 해치는 요인이 됨을 우려하면서, 동시에 사순 시기를 “이러한 유혹들을 저지하고, 진정한 대면의 만남을 통해 더 온전한 인간적 소통을 키우는 시간”으로 초대했다.


레오 14세 교황의 올해 사순 담화는 ‘단식’을 언급하며 ‘말’의 절제를 강조한다. 직접적으로 ‘미디어 중독’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이웃을 불쾌하게 하고 상처 주는 말을 삼가라”는 내용 속에서 소셜 미디어와 정치 담론 속 폭력적인 언어 또한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읽을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필리핀 주교회의(CBCP)가 2026년 사순을 앞두고 내놓은 사목 서한 「음식을 넘어선 단식: 디지털 미디어 안에 그리스도를 모시기(Fasting Beyond Food: Inviting Christ into Digital Media Use)」가 주목을 받는다. 


필리핀 주교회의는 “디지털 기술은 선물이지만, 과도한 사용은 주의를 빼앗고 기도에 집중하는 능력을 약화하며, 침묵과 관계를 위축시킨다”며, 디지털 미디어 단식을 현대적 회개의 표현으로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기술을 주인 자리에서 끌어내려 도구로 되돌리는 것, 그것이 미디어 단식 실천의 목표다. 일상을 파고든 AI의 현실 속에서도 되새겨볼 만한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작게 시작하라


미디어 단식을 마음먹었다면, 먼저 자신의 사용 습관을 점검하고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미국 가톨릭 언론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National Catholic Register)」는 ▲미디어 사용 점검표 작성 ▲문제가 되는 앱과 기기 파악 ▲과도한 사용을 유발하는 계기 확인 ▲휴대전화·컴퓨터·태블릿의 스크린 타임 기능 확인 등을 통해 자신의 미디어 사용 패턴을 먼저 파악하라고 권한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와 잠자리에 들기 전, 스크린을 끄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김용은 수녀(제오르지아·살레시오수녀회)는 “잠자기 전은 뇌가 하루를 정리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며, 아침에 일어나 마주하는 것은 그날 하루의 정서를 움직일 수 있다”며, “5분이라도 잠시 멈춰서 성경 한 구절을 읽는다든지, 성호를 긋고 기도해 보는 노력을 한다면, 하루는 물론 사순 시기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필리핀 주교회의가 제시한 미디어 단식 실천 방식도 거창하지 않다. ▲아침·취침 직전 폰 사용 줄이기 ▲식사 시간에는 기기 내려놓기 ▲하루나 주말 동안 24시간 디지털 금식 ▲그 시간을 기도·성경·가족 대화·봉사에 쓰기 등이다.



미국 애링턴 교구는 2025년 3월 28일을 ‘교구 디지털 금식의 날(Diocesan Day of Unplugging)’로 공식 지정하고, 이날 하루 동안 디지털 화면과 기기를 끄고 기도와 가족·이웃과의 관계에 투자하는 단식을 제안한 바 있다. 이처럼 교구·본당·단체 차원에서 함께 실천할 때 미디어 단식은 더 큰 효과를 낸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는 2020년 3대 실천 과제 중 하나로 ‘스마트폰 쉼 운동’을 선정하고, 사순 시기를 기해 교구와 연계한 시범 본당 운영 계획을 밝히는 등 신앙 안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문화 조성에 앞장섰다.


김민수 신부(이냐시오·서울대교구 상봉동본당 주임)는 예수님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디지털 시대에 구현하기 위해 본당에서 여러 차례 ‘사순 시기 디지털 금식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정하기’, ‘한 번에 20분 이상 SNS 금지’ 등을 구체적 방법으로 제시했다. 김 신부는 "본당 공동체가 디지털 금식 선서를 하고 캠페인에 동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함께하는 과정에서 파급 효과가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미디어 단식은 기계에 종속되지 않고 주체성을 확보한다는 뜻에서 중요하고, 절제를 통해 아날로그적인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신앙인들은 성체조배나 성경 필사 등을 통해 미디어에 쏟는 시간을 하느님을 향한 시간으로 돌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6-03-11 오후 1:29:21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