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글 쓰는 의사’ 윤홍균 원장 | 2026-03-11 |
|---|---|
|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윤홍균 원장(토마스 아퀴나스·서울대교구 상암동본당)이 2016년 출간한 「자존감 수업」은 140쇄 100만 부를 돌파했다. 대한민국에 ‘자존감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 책은 아시아, 유럽, 중동, 북미 30개 국가에서 번역 출판되며 ‘전 세계가 선택한 자존감 교과서’로 불린다. 윤 원장은 이후 「사랑 수업」, 「마음 지구력」 등의 책을 펴내며 꾸준히 사람들의 마음 곁을 지켜왔다. 열등감과 불안, 상처가 쌓여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나를 북돋우고 사랑할 수 있을까. 자존감과 신앙, 마음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카를 대하듯, 나를 대하라 그가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두게 된 출발점은 언제나 자신의 마음이었다. ‘마음이 왜 이렇게 힘든지’,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좀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정신과로 이끌었다. 수많은 이론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붙든 핵심어는 ‘자존감’이었다. 내 마음을 달래려고 시작한 공부였는데, 결국 그 답이 전 세계 독자들과 맞닿았다. 자존감이라는 말은 이제 익숙해진 단어지만, 막상 ‘나를 사랑하라’고 하면 당혹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웃을 사랑해라’, ‘부모님을 사랑해라’ 등 ‘사랑하라’는 얘기는 평생 들었습니다. 거기에 목적어로 ‘나를’ 붙이니까, 주어와 서술어는 익숙한데 목적어가 낯선 거죠.”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조카가 태어났을 때를 떠올리면 된다. 성적이 떨어져도 미워하지 않는 그 마음, 시험에 떨어진 조카에게 “최선을 다했잖아, 다음 기회가 있어”라고 해주는 것처럼,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해주면 된다. 윤 원장은 “다들 이미 해본 것이고 받아본 것이어서, 대상만 치환시키면 된다”고 했다. 자존감과 자기애(나르시시즘)의 차이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 “자기애가 나만 사랑스럽고 남은 배제하는 것이라면, 자존감은 나를 돌보는 힘이 세져서 결국 타인을 더 잘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예수님의 빵 나눔을 떠올렸다. “예수님이 빵을 나눠주실 때 굶으시면서 나눠주셨다는 내용은 없어요. 제자들 빵을 뺏어서 준 것도 아니고요. 나를 잘 보살펴서 건강해지면 남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자존감이 이 시대에 더욱 중요한 이유가 있다.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연대가 느슨해지고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대다. SNS로 소통은 넘쳐나지만 정작 누구에게도 잘 털어놓지 못하고 각자의 고민 속에 버거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존감을 ‘정신 건강의 척도’라고 부르는 이유다.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건강한 마음으로 무장한 자신이 가장 좋은 무기다. 윤 원장은 책에서 “건강한 자존감은 이런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강력한 스펙”이라고 썼다. 사실 윤 원장이 가장 쓰고 싶었던 책은 「자존감 수업」이 아니라 그 뒤에 출간된 「사랑 수업」이었다고 한다. 사랑을 하지 못해서, 사랑받지 못해서 받는 상처가 모든 마음 상처의 시작이자 해결점이어서다. 그 얘기를 하려다 보니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이야기부터 하게 됐고, 그래서 「자존감 수업」 안에 그 씨앗을 미리 심어두었다. 그가 독자들에게 가장 닿기를 바라는 대목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며 사는 것, 누구나 바라지만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그 길을 함께 바라보고 꿈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하느님이 날 사랑하신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때 하느님 사랑과 자존감의 관계를 물었다. 미국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M. 스캇 펙이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인생을 ‘지도’에 비유한 것을 예로 들었다. “삶의 롤 모델이 있고, 그 롤 모델처럼 살면 된다고 알려주는 말씀이 있으면 인생이 뚜렷해집니다. 재산, 학력, 명예 등 세속적인 기준 안에서도 신앙인들은 ‘내가 추구하는 것이 이런 모습이다’라는 목표가 있으니까, 외롭지도 지루하지도 않고 방향을 잡기도 쉽죠.” 그는 현실도 솔직하게 짚었다. “하느님이 날 사랑하신다는 것, 잘 안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이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가끔이라도 ‘하느님이 날 사랑하시는 것 같네’라고 느끼는 순간, 그것이 인생의 정거장 혹은 안전지대가 돼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글 쓰는 의사 의사이자 작가, 강연자, 방송인 등 여러 역할을 함께 해오고 있지만, 윤 원장은 자신의 정체성을 ‘글 쓰는 의사’로 규정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1년짜리 글쓰기 과제를 계기로 글을 좋아하게 됐고, 동화를 완성해 본 경험도 있다. 이후 소셜 미디어에 꾸준히 글을 써왔고, 지금도 진료 후와 주말 저녁 등을 글쓰기 시간으로 확보한다. 예수님은 그의 글쓰기 스승이다. ‘주님의 기도’를 군더더기 없는 명문이라고 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이 부분은 ‘용서받으려고 했더니 이미 나는 해버렸네.’ 이런 구조잖아요. 작가로서 참으로 탐나는 구절이죠.” 예수님을 의사로서의 스승으로도 여긴다. 치유하시는 예수님을 떠올리며, “친절한 말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낫게 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100만 부 베스트셀러의 성공과 명성, 신앙 사이에서 그는 ‘부채 의식’을 긍정적으로 품고 산다. “많은 이에게 받은 사랑에 상응하는 나눔과 봉사를 생각한다”며 ‘뭔가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밥 살 각오’를 해야 한다는 비유로 설명했다. 본당이나 교회 기관의 강의 요청에 가능한 한 응하는 것도 그런 마음가짐의 일환이다. “가톨릭이 좋고 성당에도 가고 싶지만, 신앙과 교리는 잘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신앙 초보자 길잡이’ 같은 책도 언젠가 써보고 싶다”는 그는 “한국 사회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다문화 가족들을 돕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음 건강 비결을 청했다. 단번에 돌아온 답은 ‘잠’이었다. 밤 11시 전후로 잠들고, 오전 9시 이전에 일어나 햇볕을 쬘 것. 신앙인들에게는 한 가지를 더 권했다. “성가를 많이 들으세요.” 윤 원장은 현재 중독과 ‘끊어내기’를 주제로 한 새 책을 집필 중이다. 자존감과 더불어 ‘중독’은 그의 주요 관심 분야다. ![]()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
|
| [가톨릭신문 2026-03-11 오후 1:29:21 일 발행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