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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특수학교에 남아야 합니다 2026-03-11


새 학기가 시작했다. 매일 출근하는 나로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아내는 긴 겨울방학이 꽤 곤란했던 것 같다. 종일 아이들과 집안에서 지지고 볶는 일이 그저 흔쾌했을 리는 없다.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아내는 대놓고 기뻐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개학이라니!

첫째는 유치원 시절부터 다니던 특수학교의 중등부 과정에 입학했다. 이번 겨울이 초등학생 어린이로서 마지막 방학이었던 셈이다. 내 눈에는 그저 귀여운 발달장애 아동에 불과한데, 이 친구에게 중학생이니, 청소년이니 하는 말들은 아직 부담스럽다. 내 눈에는 아직 아기로 보이는 것이다. 막 태어난 아기 같고, 이제 걸음마를 배우는 것만 같다. 신변은 잘 챙길는지 걱정이다.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이런 마음과 상관없이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이 도시에 하나 있는 특수학교의 중학생.

그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특수학교 졸업생은 계속 특수학교에 다닐 것인지, 일반 학교에 진학해 통합 교육을 받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스스로 결정하기보다는 결정됨을 기다려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통합 교육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좋다고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어울리고, 서로를 이해할 폭을 넓힐 수 있으니까. 동시에 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에게 맞춤한 교육 과정을 설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본격적인 입시 경쟁을 시작하는 현장에 장애인인 우리 아이를 보낸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다. 비장애인과 잘 어울려 지내는 장애 학생도 물론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와 다른 방식으로 공부해야 하는 친구들에게 방해되지는 않을지, 그리하여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나 않을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통합 교육을 위한 시설이나 인력 그리고 학교 구성원의 인식이 충분히 갖춰졌는지도 의문이다. 일반 학교에 아이를 보내며 몸과 마음 모두 피폐해지는 학부모의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인 서사다.

중등부에 입학할 아이들이 결정되기 전, 학부모 의견서라는 걸 쓴다. 우리는 아이의 합격(?)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의견서를 채웠다. “우리 아이는 아직 여러 실수가 잦습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 긴 문장을 발화하지 못합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 이것도 부족합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 저것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 그리하여 특수학교에 남아야 합니다.”

다행히 아이는 합격했다. 그리고 지난주 중학생으로서 첫 등교를 했다. 초등학생 때처럼 선생님이 높은 톤으로 반겨주지 않아 조금 어리둥절해했다는 후문이다. 우리 가족은 케이크를 사 아이의 진학 성공(?)을 축하했다. 우리 사회의 오랜 문제인 입시 경쟁의 역전 현상이랄까. 6학년 2학기 때 교실에서 소변 실수를 한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었을지도 모른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예습과 복습에 철저했다는 명문대 합격생의 수기가 떠오른다.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도.

서효인 시인
[가톨릭평화신문 2026-03-11 오전 9:12:1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