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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보다 강한 신앙’ 친부모 빈자리 채운 ‘대부’ 아버지 2026-03-11
박상수씨가 안드레아와 대부대자 관계를 넘어 부자지간으로 지낸 17년의 시간을 회상하고 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다.”(마태 1, 19)

마리아의 남편, 예수의 양부, 목수 등 성 요셉을 설명하는 말들은 다양하다. 그중 성경에서 요셉을 직접 표현하고 있는 수식어는 ‘의로운 사람’이다. 마리아가 ‘주님의 종’이라고 고백하며 순종의 길을 걸었다면, 요셉은 그 고백을 침묵 속에 행동으로 보여준 의로운 사람이다.

성 요셉 대축일(19일)을 맞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를 신앙 안에서 정성껏 키운 ‘의인’ 박상수(라우렌시오, 68)씨를 만났다. 그는 제13회 신앙체험수기 대상작 ‘엄마라는 이름으로’를 쓴 이경숙(로사리아)씨의 남편이다.

박씨는 17년 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던 4살 난 아이였다. 아이의 부모는 이혼했다. 어머니는 재혼했고, 아버지는 아이가 18개월 때 할머니에게 맡기고 떠났다. 아이에게 유아세례라도 받게 하고 싶었던 할머니는 본당 신부를 찾아갔다. 그때 신부는 불현듯 박씨의 아내에게 “10년 동안 아이를 책임져 줄 수 있다면 세례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마침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신앙 깊은 아내는 곧장 하느님 뜻으로 받아들였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박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아내가 하자면 무엇이든 하죠. 아이가 신앙 안에서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대부’로서 돕겠다는 마음이 컸다. 아이는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을 받았고, 주말마다 성당에서 얼굴을 맞댔다. 그렇게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안드레아가 갑자기 달려와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부모와 헤어진 뒤 일주일 동안 앓아누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박씨는 “저를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 진짜 아버지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다시금 눈물로 그날을 떠올렸다.

 
박상수씨가 안드레아를 아들로 받아들이던 날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딸만 둘이던 박씨는 아들이 생겼다는 든든함도 느꼈다. 하지만 안드레아에게는 친아버지가 있었다. 비록 1년에 두 번 정도 만나는 사이였지만, 그 관계마저 단절될까 조심스러웠다. 박씨는 이후 수시로 안드레아를 만나면서도 상처받지 않도록 한 걸음 떨어져 지켜봤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함께 떠난 제부도 여행에서 환하게 웃는 안드레아를 보며 가족의 온기를 느끼고 있다는 걸 깊이 알게 됐다. 무엇보다 신앙 안에서 자라길 바랐던 그는 안드레아가 복사를 서는 날이면 빠짐없이 미사에 참여했다.

“혹시 제대에서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도 컸습니다. 감시자처럼 지켜봤는데, 그래도 참 대견했습니다. 아버지 마음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친부모의 빈자리는 드러났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의욕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게임에 빠져 지냈다. 아내가 온 정성으로 돌봤지만 공부에는 좀처럼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때 요셉 성인을 깊이 묵상했습니다. 침묵 속에서 기다리는 마음이요.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대학에 가지 않겠다던 안드레아를 설득하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막상 입학한 뒤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1학년을 마친 안드레아는 오는 4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아버지와 술잔도 나눌 만큼 성장했다.

 
박상수·이경숙씨 부부가 평일 미사에 참여해 기도하고 있다. 박씨 부부는 평일에도 저녁 미사가 있는 날이면 손 꼭 잡고 걸어가 함께 기도한다.


“어느 날 안드레아가 그러더군요. ‘엄마 아빠가 아니었으면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요. 그 말을 듣는데 그동안 기다린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이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모든 게 하느님 계획 안에 있다고 믿습니다.”

약속했던 10년은 훌쩍 지나 17년이 됐다. 그러나 박씨 부부에게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죽는 순간까지 신앙 안에서 안드레아와 함께 걸어가야죠. 성인이 됐으니 자신의 인생을 펼치겠지만, 그저 평범한 삶 속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소망이 있다면, 아들 안드레아와 함께 성지순례 한번 가보고 싶어요.”

박씨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의인들의 길은 주님께서 알고 계시고 악인들의 길은 멸망에 이른다”(시편 1, 6)이다.

성령으로 잉태한 아기 예수를 받아들이고 묵묵히 성장 과정을 지켜봤던 의로운 사람 요셉처럼 박씨 역시 기도 속에서 의인의 길을 걸으며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6-03-11 오전 9:12:1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