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상담의 초월 기법은
자기와의 관계에서 출발해
타자·초월자와 관계하는
점증적 단계의 관점 치유
철학상담의 초월 기법은 자기와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타자 그리고 절대적 타자(초월자)와 관계하는 점증적 단계의 관점 치유의 특성을 띤다. 첫 번째 단계는 감정을 살핌으로써 격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자기(나)를 다스리는 ‘1인칭 관점 치유’, 두 번째 단계는 이성적 반성과 성찰을 통해 나의 격한 감정을 일으켰던 사건(타자)과 마주하며 이를 이해하는 ‘2인칭 관점 치유’, 세 번째 단계는 중단 없는 영성적 물음을 통해 궁극적이며 절대적인 의미(절대적 타자)를 추구하는 ‘3인칭 관점 치유’다.
첫 번째 단계는 1인칭 관점 치유다. 삶에서 맞이하는 위기와 고통은 항상 주체하기 힘든 부정적이며 격한 감정과 함께 시작된다. 어떤 이유로 인해 격한 분노와 슬픔, 탄식과 절망, 두려움과 허무가 나를 압도해 올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사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이 순간 합리적 이성은 거의 마비되기 때문이다. 보에티우스(480~524)가 「철학의 위안」에서 억울한 죽음을 앞두고 무엇보다 먼저 자신에게 처방했던 약이 이성의 합리성이라는 ‘강한 약’이 아닌 감정의 다스림이라는 ‘약한 약’이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이를 부정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기에게로 돌아가 진심 어린 마음으로 혼란한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연민과 위로, 공감과 사랑이다.
두 번째 단계는 2인칭 관점 치유다. 감정에 의해 촉발된 물음은 그 의미가 아직 분명하게 주제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이는 감정의 다스림만으로 우리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감정이 물음을 촉발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물음의 방향 설정은 감정이 아닌 이성에 의해서 주도되기 때문이다. 2인칭 관점 치유의 핵심은 자기중심에서 빠져나와 주위 세계와 타자에게로 눈을 돌림으로써 사건(사태)을 직시하고 객관화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본질직관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깊은 철학적 통찰과 필요할 경우 전문적인 철학상담사의 도움이 있어야만 한다. 철학상담사는 무엇보다도 공감적 대화 안에서 통찰력 있는 철학적 사고와 분별력, 다시 말해 “삶을 직감하는 감정과 함께하는 이성의 합리성”을 통해 내담자가 자기 앞에 전개된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도움을 준다.
세 번째 단계는 3인칭 관점 치유다. 이는 절대적 타자가 개입해 들어옴으로써 초월의 운동이 삶의 의미 전체를 포괄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향하는 영성 치유의 단계다. 여기서 절대적 타자는 형이상학적 의미의 최종 근거이자 절대적 존재로서의 초월자 혹은 존재 자체를 의미한다. 의미는 결코 개별적인 것 안에 갇혀 있지 않으며, 전체적이며 절대적인 것을 향해 무한히 열려 있다. 이는 우리가 삶에서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의미가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허무가 아닌 한 그것은 항상 존재에 근거하며, 존재는 인간의 실존적 투신을 통해서 그 의미가 밝혀진다. 의미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존재이지만, 의미가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실존을 통해서다. 따라서 인간은 ‘의미 주체’로서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절대적 타자와 관계하는 가운데 끊임없는 삶의 의미 부여를 통해 자기 경계를 넘어서는 자기 초월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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