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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커밍데이 (homecoming Day) 2026-01-08
출처: 월간 꿈CUM


“은사님을 초대합니다. S고등학교 제9기 30주년 홈커밍데이(미국에서 시작된 행사로 고등학교 졸업 30년 되는 해에 자녀와 가족들을 동반하여 모교를 방문하는 데서 유래된 행사)를 개최합니다. 바쁘시더라도 은사님을 뵙고 싶어 하는 제자들을 위해 꼭 참여 부탁 올립니다.”

예쁜 초대장에 확인 전화까지 왔다. 제자들을 만나는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여한다. 제자들을 보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동고동락하던 동료 교사들도 보고 싶어서다.
시간에 맞추어 행사장에 도착하였다. 나이 50이 가까운 녀석들은 아직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멀리서 본 녀석들이 달려와 반갑게 손을 잡는다. 어떤 녀석은 뛰어와 덥석 안기기도 한다.

“선생님 1반 000입니다.”
이름을 들으니 30년 세월을 보낸 오늘에도 학교 때의 모습이 그대로 떠오른다. “선생님! 저희 때는 일요일마다 오후 자율학습 시간이 있었는데, 꼭 빵과 음료수를 사다 주셨습니다. 옆 반이 볼세라 밖으로 살그머니 오시어 창을 두드려 전해주셨지요.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모릅니다.”
선생님들의 식사 자리까지 찾아와 인사를 하는 녀석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녀석들, 열심히 가르친 공부는 기억이 나지 않고 빵 먹은 것만 기억에 남느냐?” 하며 한바탕 같이 웃는다.

“1년만 참자! 이 한해가 여러분의 인생을 좌우할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갖가지 좋은 말로 독려를 하고 달래기도 한다. 그러나 온종일을 활자와 싸우며 스스로를 달래고 있는 나의 학생들이 안쓰러워 작은 기쁨으로라도 위안이 되게 하자고 등장한 것 중의 하나가 시장기를 달래는 빵의 등장이었다.

“어떤 일에 익숙하기를 원하면 먼저 그 일을 사랑하라”는 말이 있다. 좋은 교사가 되려면 먼저 학생을 사랑하여야 한다. 요즈음 세태가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도 희박해지고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교사의 마음도 옅어진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육 현장에서 국어 교사로 봉직하고 있는 딸과 사위에게 지금도 종종 들려주는 말이다.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먼저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

언젠가 제자 몇 명과 식사 자리가 마련되었다.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다가 H군 이야기가 나왔다. 어느 날 J군이 휴식 시간에도 교실에 남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H군에게 다가갔다. 
“OO아! 너는 공부가 재미있냐?”라고 장난기를 섞어 반 농으로 물었을 때 정색을 하며 “너는 공부가 재미없냐?”라고 답하더란다. S대학에 수석으로 입학. 졸업하고 미국 H대학으로 유학하여 수석으로 졸업하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공부를 잘 하려면 공부를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공부가 재미있어야 한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도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많이 보는 교재에 곱게 커버-표준어로는 책의(冊衣)라고 한다-를 하여라, 그리고 책꽂이에 꽂을 때 책의 뒷모서리에 자신이 좋아할 책 이름을 붙여 써라. 가령 수학책 뒤에는 ‘바닷가를 거닐며’, ‘물새 소리’ 등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를 써라. 그리고 그 책을 공부할 시간이면 ‘수학’이 아니고 ‘바닷가를 거닐며’를 재미있게 읽어 볼까? 하며 분위기를 바꾸어 보자.” 효과가 어땠는지는 측정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지겹고 짜증나는 심경의 변화는 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소학(小學)에 ‘봉생마중 불부자직’(蓬生麻中 不扶自直)이라는 말이 있다. ‘삼 가운데 자라는 쑥은 붙들어주지 않아도 곧게 자란다’는 뜻으로 좋은 환경에서 자라면 좋게 된다는 의미이다.
방과후 자율학습에 대한 비판이 많다. 참여율도 극소수다. 그러나 혼자서 공부를 하기보다는 여러 학우들과 같이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임을 많이 체험했다. 거기에 교사가 동행을 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 또한 사랑하는 학생들을 위한 봉사일 것이다. 

글 _ 정점길 (세례자 요한, 의정부교구 복음화학교 교장)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 38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다. 2006년 3월 「한국수필」에 등단, 수필 동호회 ‘모닥불’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가톨릭 사회복지회 카리타스 봉사단 초대 단장, 본당 사목회장, 서울대교구 나눔의 묵상회 강사, 노인대학 강사, 꾸르실료 강사, 예비신자 교리교사, 성령기도회 말씀 봉사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의정부교구 복음화학교의 교장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6-01-08 오후 3:12:0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