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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복음] 분단의 땅에도 뿌려진 씨앗 2025-12-29

찬미 예수님! 올 한 해 지면을 통해 교구 민족화해위원회를 알려드릴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족화해위원회는 선종하신 김남수 주교님의 요청으로 1999년 북한선교 지원사제 모임으로 처음 시작됐고 26년 동안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직자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북한, 더구나 분단 이전 한반도에서 가장 활발했던 신앙 공동체가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가슴 아픈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그곳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이 전해지고 찬양하는 소리가 울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고 준비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 때문인지 설립부터 지금까지 민족화해위원회라고 이야기하면 순수한 마음보다는 정치적인 색깔을 지닌 단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에 있는 신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는 이야기는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예전 일본 나가사키 성지순례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잠복 그리스도인’, 즉 ‘가쿠레 키리시탄’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감동했습니다. 에도막부 시절 잔인하게 그리스도교를 탄압하여 성직자가 사라지고 그리스도교의 뿌리조차 뽑혔던 것처럼 보였던 그곳. 300여 년이 지나 선교사가 입국하자 숨어있던 신자들이 발견된 것은 하느님 말씀의 씨앗은 한번 뿌려진 곳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음을 확인한 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떠합니까? 분단 전에는 ‘동양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릴 정도로 하느님 말씀의 씨앗이 정말 많이 뿌려진 곳이었습니다. 그곳에 지금 신자들이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300여 년이 넘는 시간에서도 그 씨앗은 사라지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데, 이제 분단 80년이 된 그곳에도 분명 하느님의 씨앗은, 싹이 트지는 않았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신자들이 다 사라졌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들의 신앙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이후 레오 14세 교황님까지 줄곧 북한교회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시는데 그 사실 또한 우리는 신앙적인 눈이 아닌 정치적인 또는 사회적인 눈으로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올 한 해는 북한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매일 밤 9시에 바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기도 모임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교회가 2020년 이후 지속해서 거행하는 이 운동에 동참하셔서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류의 일치를 바라시는 주님! 갈라져 사는 저희 겨레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소서!”



글 _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가톨릭신문 2025-12-29 오후 5:52:25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