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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 이야기] 수원교구 연령회연합회 김태은 회장 2025-11-04

“입관할 때 저는 돌아가신 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눠요. 고인이지만 꼭 제 얘기를 듣고 계신 것 같거든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연도를 하고, 또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여정을 제 손으로 정성껏 도와드릴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죠. 고인을 깨끗이 닦고 남자는 양복, 여자는 한복을 입혀 하느님께 ‘예쁘게 봐주십시오’ 하고 보내드릴 때, 그때가 제일 행복한 순간이에요.”


수원교구 연령회연합회 김태은 회장(안셀모·수원교구 안산 대학동본당)은 20년 전 세례를 받은 동시에 본당 연령회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본당 신자 150여 명의 입관과 사제 39명의 염을 직접 했다. 


염을 하려면 장사법상 장례지도자 자격증이 필요한데 김 회장이 처음부터 이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선종한 신자들을 직접 깨끗하게 닦아드리고 손에 묵주를 쥐여 드려 하느님께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저는 죽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하느님 나라에 가지 못할까 봐 두렵죠. 우리가 죽으면 스스로 기도할 수 없어요. 그때부터는 지상 교회의 순례자들이, 곧 우리 형제자매들이 대신 기도해 주는 것밖에 없어요. 그래서 연도가 중요한 겁니다. 우리가 고인을 위해 연도를 할 때, 그 기도가 연옥 영혼을 하느님 나라로 이끄는 힘이 되니까요.”


연령회는 교구와 본당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본당 주보 어디에나 연령회장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다. ‘언제든 부르면 달려가겠다’는 약속과도 같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가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은 교회 안에서 가장 먼저 슬픔의 자리에 찾아가는 신앙인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장례 문화가 가족 중심으로 바뀌고, 본당 연령회도 많이 위축됐어요. 예전엔 모르는 신자라도 돌아가시면 함께 연도 바치러 갔는데, 이제는 그런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죽음을 ‘하느님 나라로 가는 여정’으로 보지 않고 일종의 비즈니스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아쉽습니다.”


김 회장은 한국교회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단체 가운데 하나인 연령회가 주교회의 산하 단체로 등록돼 있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19세기 박해시기부터 신자들은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며 연도를 바쳐 왔지만, 정작 교회 제도 안에서는 그 전통이 공식 단체 형태로 정착하지 못한 상태다.


“불교의 범패(梵唄)는 이미 40년 전에 무형문화재로 등재됐는데, 연도는 1860년대부터 이어져 온 고유한 신앙 전통임에도 아직 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연령회가 주교회의 단체로 등록이 되면 문화재 등재 신청도 가능해진다고 해요. 제가 살아 있는 동안 꼭 그 일을 마무리해 보고 싶습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가톨릭신문 2025-11-04 오후 5:52:1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