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한국 천주교 주교들이 식물 종자를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시설인 시드볼트를 찾았습니다.
주교들은 생태 보존의 최전선인 시드볼트를 찾아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겼습니다.
이정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총 면적 5천179 헥타르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수목원 내 알파인하우스에는 해발 2천 미터 이상에서 자라는 고산식물과 3만여 그루의 식생이 재현돼 있습니다.
올해 현장 체험 마지막 순서로 수목원을 찾은 한국 천주교 주교들은 수목원 곳곳을 다니며 생명에 대한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이성효 주교 / 마산교구장>
"털진달래가 어디쯤에 있는 거예요?"
<허태임 플로라 /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털진달래가 일반 진달래보다 털을 뒤집어쓰고 있어요. 설악산 정상부 같은 데 많고."
주교 현장 체험의 핵심은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시드볼트 방문이었습니다.
시드볼트는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식물 종자를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저장하는 시설입니다.
시드볼트와 함께 수목원 내에 위치한 시드뱅크는 필요에 따라 종자를 넣고 꺼낼 수 있는 일종의 '씨앗 냉장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56배가 불에 탔지만, 시드뱅크의 식물 씨앗을 활용해 피해 지역을 빠르게 복원했습니다.
허태임 박사는 자신을 '사라져가는 식물의 대변인'이라 소개하며 식물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신비를 전했습니다.
<허태임 플로라 /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다 저마다 어떻게든 유리한 생존 수정과 수분의 조건에 맞게끔 전략화 돼 있어요. 꽃의 의미라는 게 사실 꽃잎이 화려한 건 부수적인 거예요. 실질적인 구조는 어떻게든 이 밑씨를 지키기 위해서 겹겹이 구조화되어 있다."
주교들은 종자 보존의 현장을 지켜보며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겼습니다.
<박현동 아빠스 /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지구상에 있는 많은 종들이 지금도 하루에도 수많은 종들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면 이 지구를 보전할 수 없을 겁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곶자왈 훼손 문제 등 환경 문제에 직면한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에게 이날 체험은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문창우 주교 / 제주교구장>
"단순히 자연보호 수준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켜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 아닌가, 그런 걸 신앙의 이름으로 지켜간다는 것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하루가 아닌가."
수목원이 자리한 안동교구 권혁주 주교는 더 많은 이가 이곳을 찾아 식물과 생태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권혁주 주교 / 안동교구장>
"안동교구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게 자부심을 갖고 싶습니다. 피조물에 대한 보호를 위해서 연구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우리 교회하고 우리 교회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지면 좋겠고."
사라져 가는 식물을 보존하고 보호하는 일.
주교들은 그것이 곧 생명을 지키는 신앙의 실천임을 다시금 되새겼습니다.

CPBC 이정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