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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마당] 미리내라는 친구 | 2025-0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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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그믐 밤하늘 수천억 별들 한데 어우러져 어깨를 겯고 은빛 강물결로 넘실대며 흐르네
들리는가 별들의 머언 속삭임이 내 잠을 흔들어 깨워 풀벌레 소리에 귀를 세우고 하늘 한 번 땅 한 번 우러르게 했던 그 은하수 보고 싶어 떠난 몽골의 초원 밤 11시, 테를지 국립공원의 밤 별들의 초대에 응했네
고흐와 윤동주의 별들이 잠시 얼굴을 내밀다 가고 까마득한 기억의 저편 내 짝꿍이던 경순이, 별들 속에서 유독 손짓하며 반짝이네 두 손 흔들며 맞잡고 어깨동무 한 채 저 강에 하늘 쪽배 띄워 함께 건너도 좋을 그 눈망울 선하네
집집의 호롱 불빛이 밤 별빛과 한데 어우러져 시냇물에 비낀 은하수 같다 해서 미리내 용, 미르가 승천해서 살 시내라는 그곳은 은하수의 별명으로 반짝이며 흐르네
병오박해 때 순교한 사제 김대건 업고 뛰던 청년 이민식 낮 동안은 남몰래 깊은 숲속에서 으름과 보리수 이파리와 말간 시냇물로 연명하고 밤에는 풀벌레 소리 동무 삼아 일주일을 걷고 또 걸었네 그가 묻힌 안성 미리내성지는 이 고난의 일을 별들은 소곤소곤 쏙닥쏙닥거리며 별 흐르는 강이 환하게 내려오는 음력 사오일은 꺼이꺼이 목 놓아 울어도 좋을 백오십 리의 밤하늘에 눈시울 그렁그렁한 미리내도 함께 흐르네
갤럭시폰*을 차고 있으면 미리내의 수많은 정감을 마음에 팔짱 낀 것만 같네 테를지 초원 위로 무수히 쏟아지던 눈빛들 잃어가는 것들 새삼 똥기며 내 가슴에 스며드네 *갤럭시: 은하수 글 _ 방소영 세레나(인천교구 김포 운양동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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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 2025-09-30 오전 9:32:38 일 발행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