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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신축교안’ 통해 화해의 길 모색 | 2025-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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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1년 천주교와 도민 사이에 벌어진 충돌 사건인 ‘신축교안(辛丑敎案)’의 배경을 돌아보고, 교회가 지역 사회와 맺어온 관계를 성찰하며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교구는 9월 21일 동광성당에서 ‘희년의 은총! 신축교안을 통한 교회의 선교 성찰과 방향성 모색’을 주제로 ‘희년 맞이 신축교안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교구 복음화실(실장 현요안 요한 신부)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는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주진오 전 상명대 교수, 박찬식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장이 강연했다. 생활성가 가수 박우곤(알렉시우스) 씨의 찬양 무대도 마련돼 학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성찰의 시간으로 꾸려졌다. 문 주교는 또 신축교안 이후 교회의 사목 전환도 언급했다. “당시 라크루 신부는 제주 민요를 번역해 프랑스에 소개하며 지역민에 대한 감수성을 키웠고, 뒤를 이은 에밀 타케 신부는 신자들을 돕기 위해 식물 채집과 온주 밀감 재배 같은 새로운 경제적·사목적 실험을 이어갔다”고 밝히고 “이들의 헌신과 봉사는 오늘 교회가 본받아야 할 사목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자들은 신축교안의 원인을 크게 ‘세폐(稅弊, 세금 징수의 폐단)’와 ‘교폐(敎弊, 교리와 지역 문화 충돌로 인한 갈등)’로 짚었다. 박찬식 관장은 당시 중앙 조정이 파견한 봉세관과 제주 토착 세력 간의 세금 징수권 다툼, 그리고 일부 천주교 신자들이 선교사의 권위를 빌려 세금 특혜를 누리며 불공정이 심화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목장세와 화전세 부과는 생계와 직결된 문제였고, 결국 가난한 농민들의 저항과 민란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신축교안 희생자들이 묻힌 황사평 묘지를 언급하며, “이곳은 당시 도민들이 성금을 모아 천주교에 보상한 자리”라며 “이제는 교회만의 묘지가 아니라 제주 사회 전체가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위로받는 추모의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진오 교수는 “신축교안을 통해 책임을 서로에게만 돌리는 진영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며 “나약함과 한계 속에서도 배우는 겸손의 교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게 하는 거울”이라며, 희생자들의 죽음을 오늘의 공동체 성숙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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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9-29 오후 4:52:2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