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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교정사목 - 소년원에서 만난 작은 밀알들 | 2025-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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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소년원에 들어갑니다. 제가 가는 곳은 안양소년원(정심여자중고등학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법무부 소속 소년 보호기관으로, 대략 100여 명의 여자 원생들이 지내는 곳입니다. 소년원은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촉법소년·범죄소년·우범소년)이 입원하는 시설로 소년교도소와는 다른 곳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소년원에는 성가와 기도가 울려 퍼집니다. 미사와 교리, 성경 공부, 찬양, 원예, 미술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신앙과 치유의 시간을 마련합니다. 집회가 끝나면 간식을 나누며 학생들을 격려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천주교가 개신교나 불교보다 인기가 높다는 점입니다. 신청자가 한때 전체 학생의 절반이 넘었지만, 공간의 한계로 이제는 25명으로 제한하여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방학이 되면 특별한 시간이 준비됩니다. 본당의 여름 신앙학교처럼 봉사자들과 함께 기획하여, 보다 깊은 신앙 체험을 하도록 돕습니다. 학생들이 정말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더불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신체활동, 음악회, 강연 등을 마련해, 풍성한 방학 생활이 되도록 합니다. 범죄를 저지른 ‘질 나쁜 학생들’이라고 단정 지어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그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아이들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가게 됩니다. 물론, 어떤 학생들은 타고난 기질적 특성으로 감정 조절이 어렵고, 올바른 상호 관계에 대한 체험과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으며 치료를 이어가는 학생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들의 비행이 단순히 도덕성 결핍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그들 중 다수는 결손가정이나 취약한 환경에서 자라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거나,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 속에 방치되어 소년원에 들어오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랑받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한 채 성장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법, 사랑받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가정이란 정말로 소중한 것입니다. 만약 이 학생들이 따뜻하고 건강한 가정에서 성장했다면 이곳에 올 가능성은 훨씬 낮았을 것입니다. 물론 죄를 지었다면 책임은 져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가치관이 굳어지지 않은 청소년 시기에는 처벌보다 회복의 기회가 절실합니다. 그것이 바로 소년법의 존재 이유이며, 응징보다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담고 있는 제도의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도덕적 훈계와 처벌만이 답이 아님을 알기에 정작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합니다. 미사 중 진지하게 기도하고 찬양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회복을 향한 진실입니다. 재능과 은사가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목의 기회를 허락하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에페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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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9-24 오전 8:32:33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