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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사목’ 실천하는 수원교구 사제들…‘사제가 앞장서면 신자들도 움직입니다’ 2025-09-24

프란치스코 교황(1936~2025)은 2013년 성유 축성 미사 강론에서 사제들에게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라고 당부했다. 이는 곁에서 함께 살아가며 신자들의 기쁨과 고통을 나누는 사제가 되라는 의미다. 교황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신자들과 도보 성지순례를 함께하고, 렉시오 디비나와 십자가의 길을 바치며 ‘동행’의 사목을 실천하는 수원교구 본당들을 찾았다.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기도, 주님 대전에


“‘십자가의 길’은 감상하거나 꾸미기 위한 정원의 조형물이 아니잖아요. 기도하려고 만든 것이기에 함께 모여 기도합니다.”


제2대리구 명학본당 주임 노성호(요한 보스코) 신부는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십자가의 길을 신자들과 함께하며 주님의 수난을 묵상한다. 목요일 저녁 미사 후에는 성체 현시와 성체 조배, 토요일 오후에는 수리산 등산과 구약성경 강의를 이어가며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동행하고 있다. 파티마 현지에서 가져온 성광과, 성지순례 중 만난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작가의 ‘십자가의 길’ 작품은 노 신부가 직접 정성을 들여 마련한 것이다.


노 신부는 “십자가의 길을 하며 예수님의 수난을 마주하기는 버겁고 어렵지만, 영광스러운 부활은 고통에서 비롯됐기에 특히 금요일에 묵상하는 것을 신자들에게 권한다”며 “본당 사제로서 더 많은 신자와 만나고 친교를 나누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매회 50여 명이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에는 휠체어를 탄 정재분(엘리사벳) 할머니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예전에는 성당에 자주 왔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동참하면 힘이 된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신부님과 함께 기도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일영(바울라) 노인분과장도 “신부님은 주님의 대리인이신데, 예수님이 걸으신 길을 함께 걷는 것이 더욱 뜻깊다”며 “작은 고통에도 불평하다가 이런 시간을 통해 반성하며 감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느님 향한 걸음걸음 기도와 친교로 채우다


제1대리구 안산 선부동본당(주임 이상권 미카엘 신부)은 매달 신앙 선조들의 숨결이 서린 성지를 찾아 순례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부터 진행된 성지순례에는 매회 25~30명의 신자가 함께한다. 이상권 신부는 순례지를 직접 정하고 사전 답사까지 다녀온다.


순례자들은 출발 전 본당에 모여 기도로 마음을 모은 뒤 길을 나선다. 이동 중 점심은 김밥 한 줄로 간단히 해결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휴식도 취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성지에서 경건히 미사를 봉헌하고, 이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고된 몸을 달래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올해 3월에는 눈이 채 녹지 않은 길을 걸어 용인 손골성지에서 제2대리구 분당이매동성당까지 순례했고, 6월에는 광주 천진암성지에서 양평 강하공소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뜨거운 햇볕에 고생하기도 했다.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성지순례 대신 그늘지고 걷기 좋은 길을 찾아 친목을 다진다. 교구 디딤길 완주 축복장을 받은 뒤에는 전국 곳곳의 순례길도 걸을 계획이다.


이상권 신부는 “사제가 가까이 다가가면 신자분들도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며 “순례 때 신앙에 대한 나눔을 하며 걸으니 마치 피정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노엘라) 본당총회장은 “순례가 힘들어도 함께 간식을 나누고 정을 쌓다 보니 본당 봉사를 하겠다는 신자들도 늘었다”며 “신부님과 특별한 추억을 공유하면서 평소에도 소통이 한결 편안해졌다”고 전했다.



거룩한 성경도, 재미있는 경험도 같이 나눠요


성경 구절구절마다 사제의 진솔한 나눔이 이어지는 제2대리구 성남동본당(주임 최병조 요한 사도 신부) <신부님과 함께하는 렉시오 디비나>. 「거룩한 독서」(정태현 신부 지음, 바오로딸)를 교재로 매주 목요일 혹은 금요일 저녁 미사 후 열린다.


9월 19일에는 예수님의 ‘산상 설교’가 주제였다. 최병조 신부는 “마태오복음 5장 8절에서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신학교 시절 나도 이를 위해 ‘당신 얼굴을 뵙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그러나 보이지 않아 고해성사에서 신부님께 여쭈었더니, ‘죽어야 볼 수 있다’고 답하시더라”고 전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예수님은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신다”며 “나 역시 고비를 맞을 때마다 사제의 길이 이렇게 힘든가 하느님께 토로하지만, 결국 제자의 길은 아픔 속에서 성숙하고 시련과 함께 영광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깨닫는다”고 전했다. 신자들도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일상까지 연결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 신부가 렉시오 디비나를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주변에서 기승을 부리는 사이비 종교가 성경을 왜곡해 신자들을 현혹하기 때문이다. 양 떼들이 이리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영적 무장을 돕는 것이다. 그는 <청장년을 위한 렉시오 디비나>와 더불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준비하며 <영어로 하는 렉시오 디비나>도 마련하고 있다.


이근석(테렌시오) 8구역장은 “신부님이 함께하시니 빠지거나 게을러지고 싶어도 스스로를 다잡게 된다”며 “혼자 통신 교리도 하고 있는데, 해설과 나눔이 있는 이 시간이 신앙생활을 성숙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시노달리타스 정신으로 공감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며 “특히 현대 사회처럼 모든 흔적이 온라인과 통신망에 남는 시대에는 더욱 깨어있어야 하기에, 그 모범을 보이는 사목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가톨릭신문 2025-09-24 오전 8:32:3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