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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모래웅덩이와 바다 2025-09-23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삼위일체의 신비를 이해하려
고요한 바닷가를 걷고 있었습니다
그의 생각은 하늘에 머물고
그의 가슴은 답을 찾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조개껍데기를 들고
바닷물을 모래웅덩이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이는 대답했습니다
"이 바닷물을 이 웅덩이에 다 담으려 해요“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그 순간 멈춰 섰습니다
그 아이의 말이
하느님의 음성처럼 들렸습니다
지성으로 신비를 다 담으려 한
자신의 교만을
바다의 깊이 앞에서 깨달았습니다

 

 

하느님,
저도 그 아이처럼
작은 조개껍데기를 든 채
당신 앞에 서 있습니다

 

 

한 방울의 말씀이라도
한 줌의 자비라도
제 안에 담고 싶어
기도하며 살아갑니다

 

 

의심의 파도가 밀려와도
사도신경의 한 마디도
물음표 없이 새기려는 이유는
당신께 머무르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 안에서 살아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비록 바닷물을 다 옮기지 못해도
저는 매일 그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모래알 같은 하루 속에서도
저의 웅덩이는 점점 깊어지기를
당신의 신비로 조금씩 채워지기를
오늘도 조개껍데기를 손에 쥐고
기도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 아이들을 축복하여 주소서

 

 

 아멘

 

 

글 _ 허두환 경일시메온(대구대교구 가창본당)

 

[가톨릭신문 2025-09-23 오후 1:3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