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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어떻게 살아갈지 묵상하고 실천하는 청년들 2025-09-17
 
의정부가르멜여자수도원에서 미사 후 잡초 뽑기에 참여한 청숲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월례미사서 「찬미받으소서」 해설 강의
함께 모여 묵상하고 실천 방안 모색
단톡방·SNS 통해 내용 공유·참여 이끌어
환경·생태 관심있는 청년들 연대의 장



“수녀님~ 여기 있는 풀은 다 뽑아도 되나요?” “어떤 게 잡초예요? 이거 맞아요?”

“어머! 그건 아니고요. 그 풀은 겨울에 꽃이 필 거고, 여기 이렇게 쑥 올라온 풀들이 잡초니까 이런 것들만 뽑아줘요.”

8월 31일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봉쇄수도원 의정부가르멜여자수도원 앞마당에 작업용 장갑을 낀 청년 10여 명이 모여 잡초 뽑기에 여념이 없다. 오전 9시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수녀원에서 준비해 준 포도와 복숭아, 치즈빵과 단팥빵, 오렌지 주스와 두유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였다. 보도블록 틈에 뿌리를 내린 잡초부터 화단을 뒤덮은 잡초들까지 뽑고 나니 수도원 마당이 한결 깔끔해졌다. 사우나를 방불케하는 습도 탓에 땀범벅이 된 청년들은 “이제 슬슬 정리하고 아이스크림 먹고 갑시다”라는 소리에 굽힌 허리를 펴며 환히 웃었다.

수녀원에 모인 청년들은 의정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산하 청년기후모임 ‘청숲’ 회원들이다. 동두천 수녀원에는 분기별로 한 번씩 와서 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수녀원 일거리를 돕고 있다. 청숲이 아니었으면 청년들은 봉쇄수도원에 올 일도, 철창으로 구분된 별도의 공간에서 미사에 참여하는 수도자를 볼 일도 없었을 터다. ‘밥값을 하고 가야 하는데,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이 먹고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푸짐하게 간식을 내어주는 수도자들의 환대는 청년들에겐 큰 힘이 된다.

청숲 활동 중심엔 월례미사가 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일산과 의정부 지역에서 번갈아가며 열린다. 신앙인으로서 정체성을 뚜렷이 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신자로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모색하는 시간이다. 월례미사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해진 분량을 미리 읽어오고, 미사 중에 청숲 담당 김승연(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신부에게 관련 해설 강의를 듣는다. 미사가 끝나면 서로의 묵상과 실천을 나눈다. 임은애(체칠리아, 32) 청숲 회장은 “신부님 강의와 청년들과의 나눔으로 회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월례미사는 청숲 활동이 단순 모임을 넘어 신앙으로 이어지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플로깅에 참여한 청년들이 거리를 돌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 청숲 제공
청숲 회원들이 윌례미사 후 「찬미받으소서」를 읽고 나눔하고 있다. 청숲 제공


조깅이나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 운동인 ‘플로깅’은 매달 의정부·고양·구리에서 나눠 열리고 있다. 지역 청년들이 청숲 단톡방에서 참가신청을 하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기도로 시작해 동네를 돌며 쓰레기를 줍는다. 성당 친구 소개로 청숲 회원이 됐다는 김령희(로사, 32)씨는 “평소 다니던 길이 플로깅 코스였는데 자잘한 쓰레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면서 “플로깅 후유증으로 이제 밖에 나가면 쓰레기만 눈에 띈다”고 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씨는 청숲 활동을 하면서 일회용품 없는 매장을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또 빈 우유 팩을 모아 주민센터에 가져다주고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 교환받은 뒤 플로깅 때 활용하는 것도 그만의 작은 실천이다.

하반기 청숲 활동으로는 △기후정의 관련 영화 관람 △농촌봉사활동 △WYD 나무심기 프로젝트 참여 △기후정의 미사 및 행진 참여 △토크콘서트 등이 예정돼 있다. 모두 청숲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청년들이 직접 결정한 활동이다. 단체 이름 청숲과 로고도 회원들의 참여와 투표로 정해졌다. 박정현(스테파노, 32)씨는 “교회 안에서 여러 활동을 해왔는데, 청숲이 가장 자유롭고 자율적이라 느끼고 있다”면서 “어떤 제안을 했을 때 담당 신부님께선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주시며, 무엇이든 해보라고 격려해주셔서 환경을 위한 다양한 활동거리를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청숲’이라는 이름은 청년 한 명 한 명이 나무가 되고 숲을 이뤄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뜻이다. 의정부교구 주보에 실린 모임 개설 공지를 보고 모인 청년 30여 명이 2024년 5월 15일 창립미사로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단톡방·인스타그램(@youth.forest)을 중심으로 활동 내용을 공유하며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청숲은 환경과 생태에 관심은 있지만, 혼자서는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청년들을 위한 연대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정은(모니카, 31)씨는 “혼자 환경을 지킨다고 실천하는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청숲에 오니 환경에 관심 있는 청년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고, 함께하면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한 진정한 변화를 이뤄낼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황민우(미카엘, 27)씨는 “오랫동안 냉담했다가 청숲을 계기로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면서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청숲에서 신앙과 우리 자연을 더욱 익히고, 실천하는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임은애(체칠리아) 청숲 회장
“기후위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순 없죠”
 
임은애(체칠리아) 청숲 회장


“얼마 전 운영진 MT를 다녀왔는데, 청숲답게 친환경 MT를 가자고 의기투합했죠. 음식물 쓰레기도 최대한 줄이려다 보니 삼겹살이나 간식도 적게 사게 되더라고요. ‘이걸로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충분하더라고요.”

청숲 임은애(체칠리아, 32) 회장은 “청숲에선 뜻을 같이하는 청년들과 마음껏 환경과 기후위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당당하게 실천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는 “이는 청숲에 온 청년들도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에서나 일상에서 텀블러를 챙겨다니고, 음식물을 안 남기려고 노력하거나 일회용품을 줄이려 하면 가끔 유별나다는 핀잔을 들을 때가 있어요. 괜히 눈치가 보이는 거죠. 청숲 회원들도 한 번쯤 느꼈던 부분이더라고요. 그런데 청숲에선 서로 머리를 맞대고 환경보호 실천을 이야기하니 편하고 좋은 거죠. 게다가 신앙까지 함께 챙길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고요.”

임 회장은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문제를 개인의 실천만으론 막을 수 없다는 말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느냐”면서 “작은 움직임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나가면 주변에도 분명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숲 회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챌린지도 진행하고, 환경 상식도 카드 뉴스로 만들어 알리고 있어요. 우리의 활동을 보고 다만 한 두명이라도 하느님께서 만드신 우리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작은 실천을 하게 되면 좋겠어요. 청숲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더 많은 청년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5-09-17 오전 10:12:35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