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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열등감 깨부수면 꼬인 인생 풀립니다” 2025-09-17

홍성남 신부(마태오·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의 신간 「끝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 사제가 자신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고백록이다. 무속 신앙에 흔들리던 청년 시절부터 알코올 중독, 무기력증, 자기혐오와 불안 속에 흔들렸던 시간까지…. 저자는 깊은 심리적 어둠을 지나 다시 자신을 회복해 나간 여정을 담담히 풀어놓는다.


책 속에서 홍 신부는 자신을 끝없이 몰아붙이던 내적 괴물을 ‘내 안의 폭군’이라 부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고질적 자기 비평(Pathological Critic)’이라 명명한다. “넌 이기적인 놈이야”, “실패할 거면 시작도 하지 마”라고 속삭이며 존재를 옥죄는 이 목소리와 마주했을 때, 그는 “나한테서 꺼져, 이 괴물아!”라고 외치며 비로소 자유를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홍 신부의 회복 과정은 심리학 공부에서 본격적으로 열렸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다”는 깨달음은 과거의 껍질을 벗겨내고 자기혐오의 사슬을 끊는 시작이 됐다. 심리 분석과 상담 공부는 그에게 내적 해방의 길을 열어주었고, 지금은 수많은 내담자를 만나는 상담가로 살아가고 있다.


책은 신앙과 심리학을 아우르며, 자기혐오와 열등감에 짓눌린 이들에게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울고 싶을 때는 실컷 울고, 화가 나면 샌드백을 두들기며, 마음속 독을 토해내라고 조언한다. 


저자 자신이 집 안에 샌드백을 걸어두고 분노를 퍼부었던 경험은, 분노를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생생히 보여준다. 샌드백을 두드리며 한바탕 ‘지랄발광’을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졌고, 시간이 흐르자 샌드백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마음이 누그러졌던 경험이다. 


심지어 성당 안에서 혼잣말로 독설을 퍼붓던 모습이 신자들에게 ‘방언의 은총’으로 비쳐 ‘성령 충만한 신부’로 소문난 난감했던 일화는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내적 해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잘 드러낸다.



불안을 다루는 방식 또한 책의 중요한 대목이다. 그는 불안을 “겁 많은 양아치 무리”에 비유하며, 단호히 맞서면 도망간다고 말한다. 기도 응답이 없을 때마다 “네 믿음이 약해서 그렇다”는 내적 질책에 시달리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불안의 목을 족치는 단호함을 배웠다.


책에는 그의 개인적 체험뿐 아니라, 수십 년간 상담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고통의 목소리도 담겼다. “무엇을 해도 늘 불안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힘들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먼저 사과한다”는 내담자들의 고백은 우리 모두의 얼굴과 겹친다. 홍 신부는 “상처를 정직하게 바라보고 직면할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거창하고 요란한 해법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매일의 일상에서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습관을 권한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지금 이 자리에서 삶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심리 처방전을 엿볼 수 있다. 


프롤로그에서 “자기를 미워하지 말고 사랑해야 비로소 자존감이 생기고, 자신을 믿는 마음이 자라난다”고 조언한 홍 신부는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고 누구나 자유인이 될 수 있기에, 이 책이 조용히 손을 내밀어 위로와 구원 또 사랑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5-09-17 오전 10:12:35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