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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화와 정신문화 상호작용해야 행복한 삶 가능 2025-09-17

돈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도구로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자 인간 삶을 이끄는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렇게 돈이 지닌 힘과 영향력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소유하고자 강한 욕망을 드러내는 만큼 인류가 존속하는 한, 돈은 영원히 지속될 삶의 현실적 문제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돈은 단순한 교환 가치를 지닌 화폐와 다르게 시공간을 초월해 재물 축적과 개인 능력과 가치를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 돼왔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소유는 곧 개인의 ‘자유’로 연결되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로 작용한다. 돈은 우리에게 여러 측면에서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충족시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돈이 그 자체로 삶의 절대 가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돈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독일의 사회학자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돈의 철학」(1900)에서 돈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현대 문화의 심층적인 본질 구조와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함으로써 돈이 가진 상징적 의미를 밝힌 바 있다. 짐멜에 의하면 돈은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 관계들이 응집되고 객관화되는 하나의 결정점(Krystallisationspunkt)”으로 나타난다. 이는 개별적이고 다양한 가치들이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 안에서 하나로 응집되어 결정화된다는 것이다. 돈은 단순한 화폐로서의 경제 수단을 넘어 다양한 ‘객관 문화’(objektive Kultur)의 가치와 내용을 결집하는 형식적 역할을 한다.

사실 우리는 돈을 매개로 사회에서 수많은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돈은 개인 삶과 사회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매개체라 할 수 있다. 돈은 화폐와는 달리 자기 안에 고유한 가치를 담지하고 있어 우리가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양한 객관 문화가 인간 영혼의 토대가 되는 ‘주관 문화’(subjektive Kultur)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것은 돈이라는 ‘물질문화’가 ‘정신문화’와 상호작용함으로써 가능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인격을 함양하기 위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것에 돈을 지출하게 될 때 그 돈은 객관 문화(물질문화)와 주관 문화(정신문화)의 관계를 상호 고양과 성숙의 관계로 이끌어주는 중요한 핵심 요체가 된다는 의미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도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양적 논리에만 집중되어 있던 돈을 자신의 영혼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 활동에 투입하게 될 때 돈은 질적 논리로 전환된다. 인간의 행복한 삶은 결코 돈의 양적 논리에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짐멜은 돈이야말로 “개인의 가장 고유한 영역 내에서만 성취될 수 있는 가장 내면적인 것을 지키는 수문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성숙하고 바람직한 돈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것은 무엇보다 자기 영혼의 발전과 구원에 도움이 되고, 자신의 인격을 고양시켜 진정성 있는 자기 존재가 되는 길에서 찾아야 할 듯싶다.


 
[가톨릭평화신문 2025-09-17 오전 9:52:2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