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News

  • 전례성사
  • 가톨릭성미술
  • 가톨릭성인
  • 성당/성지
  • 일반갤러리
  • gallery1898

알림

0

  •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반세기 석조 작업 이어 온 한진섭 작가 회고전 열려 2025-09-17

2023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설치된 김대건 성인상이 최근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성상의 모습이 영화에 등장하는 그룹 ‘사자보이즈(Sajaboys)’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바로 이 성상을 제작한 한진섭(요셉) 작가의 개인전 ‘무게에 깃든 가장 섬세한 이야기’가 12월 29일까지 조각 전문 갤러리 ‘스페이스 톤’(서울 마포구 토정로 43-2)에서 열린다.


전시는 반세기 넘게 석조 작업에 몰두해 온 작가의 회고전으로, 돌 속에 깃든 신앙과 평화를 느낄 수 있다. 작가의 대표작은 물론 신작까지 총 22점이 공개된다. 전시는 3층에 걸쳐 ‘일상의 무게’, ‘뿌리와 마음’, ‘기억의 정원’ 등 세 개 주제로 나뉘어 작가의 내면을 조망한다.


갤러리 1층은 넓은 통창을 통해 바깥과 연결되어 거리의 관객들을 전시 공간으로 초대한다. 전시장에 서로 마주한 형태로 놓인 8개의 돌은 섬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작가의 감각이 반영됐다.


흰 대리석 6개, 검은 대리석 2개로 만들어진 견고하고 무거운 의자들은, 각자의 삶을 짊어진 관객들에게 반복과 순환 속에서 공존하는 일상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며, ‘일상의 무게’를 직접 체험하도록 한다.


지하 1층 ‘뿌리와 마음’은 작가와 전시의 기저를 이루는 부분으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세계를 보여 준다. 작가는 한국의 민속 형상물인 ‘장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르게 보는 눈>과 <새로운 눈>을 제시한다.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세상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작은 돌들이 서로 어우러진 <더불어 사는 법>과 황토색 화강석과 얇은 줄로 심장을 표현한 <영원한 사랑>에서 더 두드러진다.


나선형 계단으로 이어지는 2층 입구에는 <사색(思索)>이 자리하고 있다. 작품은 바닥과 닿는 면이 둥글게 처리돼 마치 흔들의자 같은 모양으로, 단단한 돌에 유연성을 불어넣는 작가의 고유한 특징이 드러나 있다. 


또한 <달콤한 꿈>, <숨바꼭질>, <우아한 놀이> 등 간결하게 다듬어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은 작가가 마음에 지닌 고향, 그 너머의 ‘기억의 정원’을 엿보게 한다.


작가는 “조각은 덜어내는 일”이라며 “무거움 속에서 본질을 찾아내는 과정은 곧 인간의 삶과 신앙을 닮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치유와 평화의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가톨릭신문 2025-09-17 오전 9:32:3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