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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작은아들을 되찾은 아버지 2025-09-17

청년성서모임 50주년 행사 자료집에서 그동안 연수를 지도한 신부님들의 명단을 보았다. 청년성서모임 담당 신부님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많은(?) 36번의 지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1년에 두 번씩 18년 동안이나 연수 지도를 했다니 되돌아보면 시간은 참 빠르다. 성서 연수 지도를 열심히 했던 이유는 내 소임이 홍보 담당이라 일반 신자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성서 연수 지도를 통해 연수생보다 내가 더 많은 깨달음과 감동을 받았다. 매번 비슷한 강의지만 청중이 항상 바뀌며 분위기도 전혀 달라서 하느님 말씀의 힘과 영향을 다양하게 체험하는 매력이 있었다.


오래전 연수생의 편지를 잊을 수 없다. “신부님, 성서 연수는 큰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너무 미움이 커서 제 방에서 아버지 쪽 방향으로 잠도 자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 연수가 끝나고 다음 날 아침 아버지 쪽을 향해 자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얼마 후 저는 아버지에게 다가갔고 한참을 울었고 드디어 화해했습니다. 연수를 통해 주신 하느님의 은총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날 작은아들이 아버지에게 상속재산을 미리 달라고 요구했다.(루카 15,11-32 참조) 이런 버릇없고 맹랑한 행동이 있을까. 아버지의 재산을 미리 상속해달라는 것은 마치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버지는 철없는 작은아들의 요구에 못 이겨 재산을 나누어주었다. 작은아들은 재산을 챙겨 고향을 떠났다. 작은아들은 타향에서 주색에 빠져 결국 빈털터리가 된다. 돈이 떨어지자,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알량한 자존심에 아버지 집에 못 가고 버티었지만 굶주림에 지쳐 동물사료를 먹을 지경이 되었다.


생사의 기로에서 작은아들은 무작정 마지막 희망인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아버지는 작은아들이 온다는 소식에 버선발로 마중을 나가 거지꼴을 한 아들을 끌어안고 울었다. 작은아들은 연신 중얼거렸다. “저는 하느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아버지는 작은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서 잔치를 베풀었다. 큰아들은 농장에서 하루 종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집안의 잔치를 보고 화가 났다.


큰아들은 아버지가 동생을 편애하고 자신에게 해주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다. 아버지는 큰아들에게 다가가서 “죽었던 동생이 살아 돌아왔다. 즐거운 일이 아니냐? 내 것은 이미 모두 네 것이 아니더냐?”라고 달랜다.


복음서의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로 꼽히는 ‘되찾은 아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하느님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회개이다. 진정한 용서는 인간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다. 하느님은 죄인이라 하더라도 회개하여 돌아온다면 끝없이 받아주시는 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아버지를 사랑이라 부른다. 기다려 주시는 분.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가톨릭신문 2025-09-17 오전 9:32:3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