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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해와 돌봄, 건강하고 행복한 삶 위한 열쇠 2025-09-17
무언가를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는 Z세대(1997년∼2006년생)의 행동 양상인 ‘젠지스테어’를 AI가 표현한 일러스트. 챗GPT 제작


제9장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전개 2. 중독 이해하기(4)


셋째,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의 하나는 자신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중독에 빠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분을 바꾸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게임을 하고, 도박하는 이유는 내 기분을 풀거나 내가 바라는 기분을 지속하고 싶어서, 또는 내가 원하지 않는 감정을 없애거나 잊기 위해서인데, 사실 감정은 자기 마음대로 조절하거나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감정을 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정이 요구하는 바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기쁨이나 설렘 같은 긍정적 감정이든, 슬픔이나 우울감 같은 부정적 감정이든 감정이 요구하는 것을 건강한 방식으로 알아듣고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내가 느끼고 싶지 않은 부정적 감정들은 대부분 내 삶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그런 감정이 생긴 이유를 살펴 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째, 타인에 대한 관심과 위로, 공감, 서로 사랑이라고 느낄 수 있는 소통은 ‘외로움’과 이로 인한 중독을 이겨 내는 힘이 됩니다. 중독은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외로움을 달래 주는 것이 술이든, 도박이든, 마약이든 그것에서 위로받고 삶의 고통을 잊으며 행복을 맛보고 싶어 합니다. 특히 성 중독자들은 성관계 안에서 친밀감을 간절히 바라지만, 진정한 관계를 얻지 못하기에 금방 외로워지고 불안해집니다. 사실 어떤 중독이든 중독은 한 대상에 몰입하여 다른 것을 잊게 하는데, 중독이 진행되면 자신의 삶 전체가 그 안에 빨려 들어가 사라집니다. 이 과정에서 점점 더 괴로워지고, 더는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중독자들에게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책망이 아니라, 그들을 사랑으로 지지해 주고 그들이 돌아올 자리를 마련해 주는 가족·친구·하느님의 존재입니다.

다섯째, 삶의 여정에서 힘들 때 일단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돌봄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독 환자들에게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는 다음의 네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배고픔·화·외로움·피곤함입니다. 배를 채운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제대로 돌보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안 되면 식탐이 생기거나 다른 것으로 그 욕구를 채우려 하게 됩니다. 화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화를 안 내려고 노력하기보다 왜 화가 났는지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그것을 이해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로움은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달래는 것입니다. 외로움을 느낄 때 그 마음을 알아줄 친구나 가족 또는 상담자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피곤할 때는 잘 쉬어야 합니다. 잘 쉬려면 내가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공간·시간·사람·활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고, 어떤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알고 있나요? 사실 중독 환자뿐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자신의 결핍과 필요에 잘 반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를 잘 돌본다는 것은 자기를 잘 아는 것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5


덧붙이는 묵상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남을 배려하고, 경청하는 것을 미덕으로 배웁니다. 실천하기 쉽진 않아도, 이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삶을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사회인이 되어 다양한 가치관과 이념을 지닌 사람들,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닌 이들, 대립하고 반목하는 공동체들을 접하면서 정작 어떤 것을 나의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최근 무언가를 물어도 답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는 ‘Z세대’(1997∼2006년생)의 특징이 화제입니다. 일명 ‘젠지스테어’라고도 불리는 현상은 질문에 반응하지 않고, 공허한 시선으로 상대를 보는 Z세대의 행동 양상을 지칭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세대가 대부분 삶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소통해 일상 대화가 익숙지 않음을 원인으로 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의 이러한 모습이 과연 잘못되었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기성세대가 대물림한 생각과 모습들이 이들 세대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두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맛집·먹방을 추구하는 오늘날입니다. 그런데 남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문화를 따르는 자신을 보며, 정작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원하는 것, 취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나요? 혹은 주변에 자신의 생각과 기호는 잘 표현하고 있나요? 남을 배려하는 문화 속에서 자칫 의견을 드러나게 제시하면 안 되는 문화를 나도 모르게 익힌 탓일까요?

본문은 중독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자신을 잘 돌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나를 잘 알고,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돌볼 때 문제를 해결하는 힘도 생깁니다. 타인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 또한 나를 아끼고 돌보는 데에서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5-09-17 오전 9:32:3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