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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의 소통 방식, 숏폼 2025-09-15

출처: 월간 꿈CUM

 


“도대체 방에서 뭐 하기에 들어오지도 말라며 저러고 있어?”
“몰라, 방송한대.”
“방송? 뭐로 방송을 해?”
“몰라. 그냥 혼자 떠들어.”

혹시 요즘 청소년이나 20대 초반 자녀들 중에 이런 아이 없으신가요?

‘숏폼 중독’이란 말이 들리더니 저희 아이도 요즘은 숏폼(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에 푹 빠져 있습니다. 안 그래도 저희가 “으이구 이 관종아!” 하고 자주 놀리곤 하는데요.(관종 : 관심 종자,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병적인 상태를 이르는 신조어) 본인 계정에 팔로워가 쑥쑥 늘어나자 짜릿한 쾌감이 드는지 더 숏폼에 몰두합니다.

종종 방송 중이라며 자기 방문을 닫고 들어가서는 부르지 말라고 합니다. 방송 중에 전화를 받으면 방송이 끊어지니까 전화도 하지 말라며 갈수록 가관입니다. 

초반에는 저희 부부도 ‘당차네. 뭐로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 거야? 뭘 하기에 방송 중에 몇백 명이 들어온다는 거야 도대체?’라고 생각했지요. 아이 방문 앞을 지날 때는 조심스러워 살금살금 지나가고 행여 방해가 될까봐 밥 먹을 때도 부르지 않고 따로 밥을 챙겨 둘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방송의 실체를 알고 허탈감과 배신감, 분노가 올라왔지요. 
저희 부부 눈에는 그 방송이란 게 그냥 스마트폰 카메라에 얼굴 하나 디밀고 

그저 귀여운 표정, 예쁜 척하는 포즈, 더러 아이돌 메이크업 하는 방법, 두 손이 오그라들 정도의 낯간지러운 율동(?)이라니요.

저게 대체 뭐 하는 건지, 저걸 방송이라고 표현하며 그걸 또 보겠다고 들어오는 몇백 명의 사람들은 대체 뭔지, 게다가 요즘은 방송 중에 10명 가까운 사람들에게 모더레이터(매너저) 권한을 주어 방송에 방해를 하거나 이유 없이 댓글로 비난, 공격을 해오면 댓글을 차단시키는 역할도 준답니다.

아이 말에 따르면 자기도 초반엔 모더레이터 권한을 받고 싶다고 열광하는 사람에게 모더레이터를 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가 초등학생이었고,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나 댓글이 올라오면 무조건 차단하는 바람에 원성을 듣기도 해서 이제는 고등학생 이상만 모더레이터 권한을 준다고 합니다. 

방송한답시고 말도 못 붙이게 하고는 자기가 주문한 마라탕을 들고 들어가서 먹으며 수다를 떠는 아이의 모습. 그 뒷모습을 보거나 닫힌 방문 너머로 들리는 잡다한 소리에 한숨이 끊이지 않는데요. 유명한 틱톡커, 인플루언서들이 홍대로 뜬다는 날이면 자기도 또 홍대 나들이를 합니다.

제 눈에 그저 한숨이 풀풀 나는데 어느 날부터 놀라운 일이 일어났지요. 아이 앞으로 들어오는 택배가 하나씩 늘어나는 겁니다. 주로 화장품이나 렌즈 같은 상품을 보내고 사용 후기로 홍보를 요청하는 것이지요. 아이는 받은 만큼 신경 써서 영상 콘텐츠를 올려야 해서 더러 귀찮았는지 연락이 와도 읽지않았더니 그러면 소정의 원고료까지 제안하더랍니다. 이쯤 되니 슬슬 무시하던 저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딸, 너 방송할 때 엄마가 만든 질문 카드나 공감 카드 있잖아. 그런 것 좀 같이 쓰면서 소통하면 안 될까?”

어떻게 됐을까요? 단박에 아이들 말로 ‘제껴짐’(무시)을 당했습니다. 그래서저는 또 아이 뒤통수를 보며 욕을~ 욕을 합니다. 비굴함을 무릅쓰고 부탁했건만.

현금, 부동산 같은 유형의 자산만이 자산인 줄 알고 평생 살았는데 요즘은 뉴스도 그렇고 상상 이상의 자산은 바로 무형의 자산이 되고 있는 세상입니다. 아이디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요즘 아이들처럼 네트워크, 팔로워 숫자, 추천 영상. 무시할 수도 없고 모든 일에 앞면과 뒷면이 있듯이 긍정과 부정의 영향이 있고, 때론 양날의 검이겠지요.

지켜보면서 적절한 수위 조절에 대한 걱정은 또 부모 몫입니다. 

달라지는 세상에 적응이 힘들 듯 요즘 아이들의 세상도 참 이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럼에도 오늘 당신의 자녀와 안녕하기를 함께 빌어봅니다.  

글 _ 최진희 (안나, 서울대교구 문래동본당)
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 구성작가로 10여 년을 일했다. 어느 날 엄마가 되었고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을 찾아 나서다 책놀이 선생님, 독서지도 선생님이 되었다. 동화구연을 배웠고, 2011년 색동회 대한민국 어머니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휴(休)그림책센터 대표이며,  「하루 10분 그림책 질문의 기적」을 썼다.

 

[가톨릭평화신문 2025-09-15 오후 6:1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