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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탄소중립’ 어디까지 왔나?…관심 높아졌지만 구체적 실천 미흡 | 2025-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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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회심’을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국교회의 탄소중립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교회는 물론, 신자 개개인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 기후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회는 2021년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시작하면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특히 수원·대전교구 등은 2030년까지 전력 사용량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포하는 등 탄소중립의 기치를 올렸다.
그러나 7년 여정의 절반을 넘어선 지금도 탄소중립 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을 위한 교육, 캠페인 등은 어느 정도 전개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자립은 요원한 상황이다.
(사)한국기후환경원 원장 전의찬(스테파노) 세종대 석좌교수는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전에 비해 탄소중립에 관해 관심이 커졌지만, 종합적으로는 매우 미흡하다”면서 “기도와 인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대응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대교구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성당은 17곳. 기관·수도회 등을 합쳐도 30여 곳에 불과하다. 본당 232곳에 신자 수가 가장 많은 교구임을 생각하면 미미한 숫자다. 가장 먼저 탄소중립 계획을 선포한 수원교구는 서울보다는 많은 42기의 태양광 설비가 설치됐지만, 총 설비용량은 1.55MW(메가와트)로 목표 용량인 22MW의 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태양광이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는 원인은 도시 지역이 지닌 한계에도 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재돈(요한 세례자) 신부는 “교구의 많은 성당이 타 교구에 비해 성당 부지가 넓지 않고, 건물도 노후하다 보니 태양광 설비 설치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전교구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교구는 상업용 40기, 자가용 51기 등 총 91기를 설치했다. 총 설비 용량은 3.88MW로, 교구 목표 용량 10MW의 38%에 달한다. 교구는 탄소중립본당 인증 제도를 운영하며 본당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교구 차원의 의지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의 역할이 컸다. 본당과 단체, 신자 개개인 등의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조합은 교구 내 본당·시설의 유휴부지를 임대해 상업용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다. 시골 본당은 넓은 부지를 제공하고, 도시 본당과 신자들은 출자금을 내면서 함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김대건(베드로) 신부는 “초기 3년 동안은 성과도 적고 운영이 쉽지 않았지만, 조합을 중심으로 교구장 주교님의 의지와 신자들의 참여, 위로부터와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활동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한국교회는 신자들뿐만 아니라 교구와 수도회의 장상, 구성원들이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상황과 이에 대한 탄소중립 실천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하고, “모든 단위의 복음화 부서들이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어떻게 각 사목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현하는 움직임과 이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예산 편성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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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8-27 오전 8:52:0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