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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녹음 봉사하다 보니 마음 부자 됐어요” 2025-08-20

 


소리주보 녹음하는 임순남 성동장애인복지관 녹음봉사회 회장



회원들과 함께 작업해 온 분량
소리주보 6000여 권
소리매일미사 6000일분 넘어

“책과 기도 자연스럽게 접하니
지식과 영성의 양분 쌓여”

팔순 가까운 나이에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

“’복음 말씀 한 줄로
사람 마음 적실 수 있다니 감사”


“녹음 봉사를 하면서 마음이 부자가 되더라고요. 책과 기도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돼 지식과 영성의 양분이 쌓였습니다. 오히려 봉사를 한다기보다 더 많은 것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서울가톨릭복지회 산하 성동장애인복지관 녹음봉사회 회장 임순남(구네군따, 78)씨는 30여 년간 소리 봉사를 이어온 원동력을 이같이 말했다. 임 회장은 1993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주보와 소리매일미사를 녹음해왔다. 팔순에 가까운 지금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녹음실을 누빈다.

임 회장이 단원들과 함께 작업해 온 분량은 소리주보 6000여 권, 소리매일미사 6000일분 이상에 달한다. 현재는 7개 교구의 소리주보 녹음을 봉사회가 담당하고 있으며, 2년에 걸쳐 구약·신약 성경 73권 전체를 녹음하기도 했다. 지금은 교회 내 시각장애인을 돕는 일을 넘어, 국회도서관 자료를 녹음하는 정부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30여 년 여정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임 회장은 “시작할 때에는 본당 활동을 열심히 하는 정도였는데, 같이 교리신학원에 다니는 한 자매님께서 저를 이곳에 데리고 오셨다”며 “나를 데리고 온 자매님의 체면을 지켜주려고 ‘6개월만 버텨야지’했는데 벌써 33년이 됐다”고 말했다.

 

임순남(왼쪽 두 번째) 회장과 녹음봉사회 회원들, 최장민(가운데) 신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여 년간 주부로 살아온 그였지만, 대학 졸업 후 3년간 문화방송(MBC)에서 아나운서로 일한 경험도 있다. 혹독한 아나운서 수습 과정을 거친 경험은 지금 단원들을 교육하는 데 보탬이 됐다. 임 회장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방송을 배웠던 것이 하느님께서 이곳에 쓰시려는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쉬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회원은 65명이지만 120명에 달한 적도 있었다. 다양한 개인들을 품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가톨릭 세례를 받지 않은 봉사자도 있었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을 지닌 이도 있었다. 그에게는 특별히 고 정진석(전 서울대교구장) 추기경과의 대화가 기억에 남아있다.

“정 추기경님께서 ‘천국에 가면 시각장애인분들이 찾아와 인사할 거예요. 이 세상에서는 보지 못해 누군지 몰라 인사를 못 하지만, 천국에서는 세상 만물을 볼 수 있으니 이승에서 귀가 되어준 여러분에게 반드시 고맙다고 인사할 거예요’라고 하셨습니다. 이후 우리 회원 모두가 긍지를 가지고 이 일을 할 수 있었죠.”

그는 봉사하면서 받은 따뜻한 기억들을 떠올렸다. 아버지 장례 때 많은 수녀가 빈소를 찾아와 준 일, 명절마다 꿀이나 호두를 보내주는 형제, 시각장애인들의 감사 인사 등이 모두 큰 힘이 됐다. 그는 “함께 봉사하는 자매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때면 행복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꾀꼬리 같은’ 목소리보다 신앙심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 읽고 못 읽고를 떠나서 신앙심이 우선”이라며 “소리는 마음을 실어 보낼 때 제대로 전달된다. 시각장애인분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목소리를 들으면 행복해하신다”고 말했다.

“32년 동안 하느님 공동체 안에서 감사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회원들에게 여전히 가르쳐줄 것도 많고, 저를 좋아해 주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됩니다. 복음 말씀 한 줄로 사람들의 마음을 적실 수 있다는 데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 올해 희년을 맞아 본지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공동기획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순례자’로 희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맞는 희년의 의미와 희망을 되새기며 이웃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 사랑 실천을 전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5-08-20 오후 1:1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