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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호수에 비친 성당의 종탑 2025-08-20
 
블레드호수 위 성모 승천 성당을 품은 블레드섬.


번갈아 찾아오는 무더위와 장대비를 견디다 보니 어느덧 8월 끝자락이다. 절기상 입추가 지나고 처서도 맞았으니 슬그머니 가을이 그 영역을 넓히고 있을 터. 제대로 피서도 다녀오지 못했고 유난히 힘들었던 여름이라면 사진으로나마 위로를 얻어 보자.

블레드섬 성모 승천 성당

슬로베니아(Slovenia)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남북으로 크로아티아·오스트리아, 동서로 헝가리·이탈리아에 둘러싸인 슬로베니아에는 세계적인 명소가 있다. 바로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블레드(Bled)호수. 빛의 양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채로운 색감을 드러내는 블레드호수와 둘레 6㎞에 달하는 주변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절경은 여행정보업체 트립어드바이저가 선정한 ‘동화 같은 여행지 톱10’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호수 위에 역시 그림 같은 성모 승천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블레드섬의 역사는 기원전 10세기 안팎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성당이 있던 자리에 고대 슬라브 전설에 등장하는 생명과 다산의 여신을 위한 사원이 있었으나, 8세기에 슬로베니아가 가톨릭 국가가 되면서 마리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당으로 바뀌었다. 성당은 15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재건되었고, 대지진으로 피해를 보아 17세기 중반 지금의 바로크 이미지를 갖추게 됐다. 이후 성모 성당·성모 승천 성당 등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섬에 있는 성당에는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블레드섬은 18세기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때부터 23척의 ‘플레트나(pletna)’라는 전통 나룻배로만 오갈 수 있다. 너무 많은 방문객으로 섬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나룻배의 수를 제한하는 대신 뱃사공 자격을 인증하고 상속할 수 있게 해 지금도 고소득 인기 직업이란다. 대다수 관광객도 플레트나를 이용하며, 왕복 20유로를 현금으로 내야 한다.
 
블레드섬에 가기 위해서는 뱃사공이 직접 노를 젓는 플레트나를 타야 한다. 뒤편 절벽 위로 블레드성이 보인다.
 
 성당 정원에 위치한 마리아 막달레나 성상.
 
블레드섬에 도착하면 99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블레드섬 성모 승천 성당.


나루터에서 섬까지는 500m밖에 안 되지만, 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뱃사공이 직접 노를 젓기 때문에 15분 정도 소요된다. 언뜻 지루할 것 같지만, 고혹적인 대자연에 무방비로 노출돼 그야말로 ‘풍덩’ 동화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이다.

성모 승천 성당에 가려면 먼저 99개 계단을 올라야 한다. 블레드섬은 혼배 장소로도 인기가 많은데, 신랑이 신부를 안고 이 99개 계단을 오른 뒤 성당 안 ‘소원의 종’을 울리면 성모님의 전구로 영원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성당 앞 작은 정원에는 한 손에 향유를 든 마리아 막달레나의 성상이 있고, 뒤편에는 루르드 성모 기도소가 있다.

섬에서는 40분의 자유 시간이 허용된다. 동화 같은 풍경을 파노라마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호숫가를 따라 섬을 한 바퀴 산책해야 하는데, 성당 내외부를 둘러보고 젤라토나 커피 한 잔까지 즐기기에는 조금 빠듯하다. 하지만 왔던 배를 타지 못하면 섬에 갇히는 셈이니 유의해야 한다.

나룻배를 타고 섬까지 들어가는 게 여의치 않다면 인근 블레드성은 최고의 전망대다. 11세기 초 지어진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130m 절벽 위에서 블레드호수를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기자는 지난해 가톨릭출판사가 제작한 ‘세계의 성당’ 달력을 보고 마음을 빼앗겨 용기와 체력을 그러모아 찾아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닿기 힘든 성당에 속한다. 일단 슬로베니아로 가는 직항편이 없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까지 기차나 버스로 6시간 정도 이동한 뒤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블레드까지 1시간을 들어가야 한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는 자동차로 3~4시간 거리다. 크로아티아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하루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게 수월하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5-08-20 오후 12:52:1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