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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들 곁에서 하느님 품으로 2025-08-20
“유경촌 주교님, 감사했습니다.” 유경촌 주교의 장례미사가 1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됐다. 미사 후 장지인 용인공원묘원으로 향하는 운구차 앞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한 신자들이 허리 숙여 배웅하고 있다. 이학주 기자


“가난한 사람들 옆에서 더 함께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착한 목자는 임종을 앞두고도 가장 낮은 곳, 어렵고 소외된 이를 향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위로하던 사제이자 창조질서를 지키는 데 앞장선 신학자. 서울대교구 유경촌(티모테오) 주교가 성모 승천 대축일(15일) 0시 28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63세.

유 주교는 이 말을 남기고 가족과 원영훈(서울성모병원 영성부원장) 신부와 수도자들의 임종 기도 속에서 하느님 품에 안겼다. 겸손하고 자상한 모습으로 비신자에게도 존경을 받은 만큼 교회 안팎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직 보좌 주교의 선종은 한국 교회사에서도 드문 일이다.

장례미사는 18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한국 주교단과 교구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 유가족과 신자 등 3600여 명이 함께했다.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강론에서 “유 주교님은 교회가 사회의 아픔과 소외된 이웃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언하셨다”고 추모했다. 이어 “교구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설립을 직접 준비하신 데다 매주 손수 음식을 나르고 설거지하며 봉사하셨다”며 “여느 봉사자와 똑같은 모습으로 임하시며 늘 자신을 내놓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종은 단지 이별이 아니라 우리가 이어가야 할 신앙의 유산”이라며 각자 삶에서 복음을 살아낼 것을 당부했다. 고인은 용인공원묘원 성직자 묘역에 안장됐다.

1962년 9월 서울 출생인 유 주교는 1992년 1월 사제품을 받고 독일 상트게오르겐대학교에서 윤리신학 박사 학위를 땄다. 1999년 귀국 후 서울 목5동본당 보좌를 거쳐 가톨릭대 교수로 사제 양성에도 힘썼다.

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소장을 지낸 그는 2013년 명일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했다가 같은 해 12월 30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푸피(Puppi) 명의 주교이자 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됐다. 2014년 2월 정순택 대주교와 함께 주교품을 받았다. 이후 교구 동서울지역 및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를 맡아 사회사목 현장을 자주 찾으며 신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검소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늘 다른 이들을 배려하며 모범을 보였으나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일에는 무심했다.

2024년 1월, 담도암 2기 판정을 받은 유 주교는 치료를 받으며 주교 수품 10주년을 맞았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완치의 희망과 목자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2024년 주님 성탄 대축일 명일동본당 공동체에 손편지를 보내 “제가 지은 기도 빚이 쌓여가니 그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6월 사제 성화의 날 행사에도 참석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암에 대해 신경 안 써도 되고, 잘 먹기만 하면 된다”고 웃어 보였다. 8월 11일 병세는 급격히 악화했고, 나흘 뒤인 15일 그는 지상 여정을 마쳤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5-08-20 오전 10:32:21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