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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열린 공간 | 2025-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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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 원목실, 처음 오신 분들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많은 분이 물어물어 어렵게 찾아옵니다. 병원은 수많은 인원과 조직, 장비가 운용되는 곳이기에 원목실은 작은 공간에 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대부분 원목실이 평범한 아파트 안방보다 크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한 번은 공간 문제로 원목실을 다른 종단과 함께 쓰게 됐고, 성모님과 교황에 대해서 말할 때 괜히 조심스러워했던 적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종단도 저희를 많이 배려했습니다). 작은 공간일지언정 신자들이라도 많으면 다행이련만 주위에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실제 경험으로 보나 통계적으로 보나 대부분 다른 종교를 가졌거나 종교가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종교 관련 시설에 적대감을 지닌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원목실을 보고 나서 “고립되고 외롭고 처량해 보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가장 넓게 열려있는 곳이 원목실입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한없이 울 수 있는 곳, 어떤 이유라도 존중과 이해를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다른 신앙을 갖고, 심지어 신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많은 분이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아픔과 고통과 외로움을 털어놓고 갑니다. 또 분주하고 시끄러운 병원에서 가장 고요하고 거룩한 곳으로 많은 이들이 침묵 속에 위안을 받습니다.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로 시달리는 젊은 교직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의 친구가 되어 곁에서 함께 있는 곳이 원목실입니다. 돌아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복음의 기쁨」에서 자기 안위만을 걱정하는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를 지적하고, “복음의 기쁨은 모든 민족을 위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23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원목실은 작지만,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곳입니다. 이 열린 공간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길’(1코린 9,22 참조) 희망합니다. 조성동 신부(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중앙보훈병원(준) 본당 주임 겸 국립경찰병원 원목사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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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19 오후 5:52:1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