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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모든 것이 은혜 2025-08-19

오늘 아침에도 저는 여전히 남편 차에 의지하여 성당으로 향합니다. 늘 아침마다 저를 주님의 집으로 데려다주는 고마운 내 편입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파란 쪽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어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고 나무들과 꽃들도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은 마치 아름다운 음악에 춤을 추고 있는 듯 보입니다. 요즘 제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고 주님께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으니, 모든 것이 이렇듯 아름답게 보이나 봅니다.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시흥지구 성령기도회에서 찬양 반주 봉사를 하는 중에 ‘은혜’라는 찬양을 부르다 갑자기 목이 메어와 한없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저의 삶을 가만히 되돌아보니 정말 지나온 모든 순간순간이 하느님의 은혜로 가득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왜 그렇게 좋았던지, 한때는 수녀님이 되겠다고 장래 희망을 적어냈던 기억과 그런 좋았던 마음을 고이 간직하며 살다가 스무 살에 세례를 받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축하를 받은 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피아노를 배우고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예비해 주신 주님. 주님의 도우심으로 교회 안에서 찬양을 통해 위로와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선물해 주신 주님.


아이 셋을 키우면서 여러 가지 일들로 막막했던 순간마다 희망의 빛을 비춰주시고, 아이들이 각자 주님께서 주신 재능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일도 큰 은혜입니다.


또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낙심하기보다는 더 굳센 용기를 주시어 고난을 이겨내게 하시고,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던 저에게 가족들의 보살핌과 교우님들의 사랑으로 일어서게 하셨습니다.


성경 필사를 도전해 보았지만 한 번도 완필 해보지 않았던 제가 교구 성경찬치 덕분에 신·구약을 모두 필사하고 주교님의 축복장을 받게 된 것도 주님의 은혜입니다.


작년 3월 꾸르실료까지 다녀오게 되면서 가족들과 울뜨레야 교우님들의 기도와 희생, 넘치는 사랑과 응원으로 교육을 잘 마칠 수 있었고 그 감사와 감동의 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지극하신 사랑과 현존하심을 체험하면서 저의 삶도 신앙 안에서 점점 성숙되어 가고 새롭게 변화해 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저에게 맡겨진 소명 안에서 늘 겸손함과 온유한 마음을 잃지 않게 하시고 친절과 봉사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저를 보호해 주시고 희망의 빛으로 이끌어주시는 주님, 주님의 그 뜨거운 사랑과 한없이 베푸시는 은혜는 끝이 없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글 _ 송정숙 로사(수원교구 제2대리구 배곧본당)

[가톨릭신문 2025-08-19 오후 5:12:11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