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News

  • 전례성사
  • 가톨릭성미술
  • 가톨릭성인
  • 성당/성지
  • 일반갤러리
  • gallery1898

알림

0

  •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오직 하느님만으로 충만한 삶 추구한 ‘성녀 클라라’ 2025-07-29

세상의 모든 소유를 내려놓고 가난하게 살겠다는 선택은 단순한 절제가 아니다. 성녀 클라라(1194~1253)가 평생을 통해 보여준 길은 가난을 통해 하느님으로 충만해지는 삶이었다. 아시시의 작은 봉쇄 수도원 안에서 시작된 그 길은 800년이 지난 지금도 교회 안에서 ‘가난의 영성’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8월 11일 성녀 클라라 동정 기념일을 맞아, 그가 삶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가난의 영성을 돌아본다. 


“오, 복된 가난이여, 가난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영원한 부(富)를 주리니! 오, 거룩한 가난이여, 가난을 지니고 열망하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하늘나라를 약속하시고 의심할 여지 없이 영원한 영광과 복된 생명을 베푸시리니!”


성 프란치스코의 가난과 복음적 생활에 감화를 받아 그의 첫 여성 동료가 된 성녀 클라라는 자신과 같은 길을 가려는 동생 아녜스에게 이렇게 편지로 격려했다. 하느님 중심의 가난을 강조하면서, 가난의 삶을 추구하라고 초대한 것이다. 성녀의 삶은 말뿐이 아니었다. 가난을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하려 온 힘을 다한 여정이었다. 


클라라가 이끈 ‘가난한 자매들의 수도회’(훗날 성 클라라 수도회)는 철저한 청빈으로 유명하다. 특히 초창기에 성녀는 고정적 수입을 거절하고, 복음 말씀대로 손수 일하면서 절대적 가난을 실천하려 애썼다. 자신을 ‘그리스도와 가난한 자매들의 종’이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극도로 단순한 삶을 택했다. 

이런 생활은 단순한 고행이 아니었다. 세상 것을 비워 하느님으로만 충만해지려는 영적 태도였다. 성 클라라 수도회 양평 수도원 홈페이지는 성녀를 소개한 글에서 “성녀에게 있어서 가난은 가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안에서 가치가 있을 뿐, 오로지 가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만이 완벽한 의미와 이유였다”고 밝힌다. 


「사랑 가득한 마음-아씨시 클라라의 영성」 저자 일리아 델리오는 “성녀는 물질을 축적함으로써 하느님의 길을 막아버릴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길을 찾았다”며 “가난에 대한 그녀의 이해는 가난을 포옹함이 곧 부를 얻음이며, 가난을 열망하고 지키는 것이 곧 하늘나라를 주신다는 하느님의 약속을 받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가 거리를 누비며 복음을 선포했다면, 클라라는 철저한 봉쇄 안에서 기도에 힘썼다. 봉쇄 수도원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하느님과 단둘이 머무는 자유의 공간이었다. 또 그녀의 기도는 단순한 개인의 경건이 아니라, 교회를 지탱하고 세상을 중재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아시시를 위협한 사라센 군 앞에서 성체를 들고 서자 적군이 물러난 일화, 작은 빵 하나가 많은 자매를 배불리는 기적은 모두 하느님께 의탁한 가난한 신앙의 힘을 보여 준다.


죽음을 맞기 이틀 전, 성녀는 자신이 쓴 수도회 규칙에 대해 교황의 인준을 받았다. 그 규칙은 교황이나 다른 고위 성직자들이 ‘너무 엄격하다’고 우려할 만큼 절대적인 가난을 강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녀는 “죄에 대해서는 관대히 용서하시되, 그리스도를 본받는 의미는 늦추지 마소서"라고 간청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5-07-29 오후 5:12:3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