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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성당 스케치] 미켈란젤로의 성 베드로 대성당 2025-07-02

새로운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설계는 안토니오 다 상갈로 일 조바네의 사망으로 1547년 칠순을 넘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에게 맡겨졌습니다. 브라만테의 중앙집중형 그릭 크로스 평면과 라파엘로의 바실리카형 라틴 크로스 평면을 무리하게 조합한 상갈로의 설계를 보고 미켈란젤로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습니다. 평면만이 아니라 입면에서도 중앙 돔과 거의 같은 높이의 종탑을 파사드 양쪽에 배치한 상갈로의 계획은 미켈란젤로의 관점에서 로마에는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브라만테 이후의 건축가들 모두 성 베드로 대성당의 중심은 당연히 돔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에게 중앙의 돔은 단순히 건물의 중심이 아니라 로마 교회의 중심으로서의 성 베드로 대성당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돔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미켈란젤로는 브라만테와 관계가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그의 중앙집중형 그릭 크로스 평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브라만테의 원안을 훼손시킨 상갈로의 계획 중 이미 시공된 외벽은 허물어야 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이미 전성기 르네상스를 넘어 후기 르네상스를 향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매너리즘(Mannerism)의 시각으로 브라만테의 평면을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브라만테의 평면이 복잡하고 구조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평면을 더욱 단순한 형태로 재구성하기로 하고, 다섯 겹의 동심원으로 구성된 평면과 복잡하게 들어선 기둥들 그리고 다양한 두께의 벽체를 세 겹의 공간과 단일한 두께의 벽체로 정리하였습니다. 브라만테의 고전적 평면을 미켈란젤로만의 간단하고 명료한 방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브라만테의 평면은 사각형과 마름모가 겹쳐 있는 형태인데 크기로 보면 사각형이 조금 더 크게 계획되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브라만테의 평면에서 마름모의 크기를 유지하면서 사각형의 크기를 줄여서 기둥과 외벽 사이의 거리를 좁혔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설계 의도는 중앙 돔의 안정성 확보가 우선이었기에, 돔의 하중을 받는 기둥의 단면을 확대하고 외벽을 기둥 가까이 붙인 것입니다. 



이미 돔을 받치는 기초가 브라만테의 계획대로 크로싱의 네 모서리에 시공되었는데 미켈란젤로는 그 크기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미켈란젤로는 기둥 보강에 더하여 브라만테의 돔을 포기하고 지금의 상황에 맞는 돔을 새로 설계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돔 설계를 자신에게 맡겨진 마지막 소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미켈란젤로도 처음에는 브라만테의 매끈한 반구형 돔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반구형 돔의 원형은 1500년 전에 세워진 판테온인데, 로마에서 그보다 아름다운 돔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가 계획한 돔은 상부가 뾰족하고 리브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판테온이 아니라 브루넬레스키의 피렌체 대성당 돔과 유사합니다. 건축 구조에서 끝이 뾰족한 포인티드 아치는 반원 아치보다 하중을 더 분산시켜 기둥에 부담을 덜 주고, 리브 역시 돔의 두께를 감소시켜 하중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고딕 성당의 구조 원리인데, 르네상스 시대에 대형 돔을 건설하기 위해서 구조적 목적으로 적용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리브가 달린 뾰족한 돔은 표면이 매끈한 반원형 돔보다 수직성이 강조되어 훨씬 역동적으로 보입니다. 두 돔의 느낌이 다른 것은, 미켈란젤로와 브라만테의 성향 차이도 있지만 50년이라는 세월의 간격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입면의 구성은 마름모의 네 모서리 중 한 곳을 평평하게 만들어 파사드로 계획하고, 그곳에 거대한 포르티코(건물 정면에 기둥과 지붕으로 구성된 공간)를 설치하였습니다. 외벽은 거대한 쌍기둥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기둥의 돌출 부분이 시간대에 따라 번갈아 음영을 만들면서 조각 작품에서 얻을 수 있는 조형성을 보입니다. 이 쌍기둥이 돔의 드럼으로 이어지면서, 16쌍의 코린트식 원형 기둥들이 드럼의 외벽을 두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돔을 받치는 기둥은 돔 표면의 리브와 이어지는데, 이러한 연속성은 성 베드로 대성당의 외관이 구조 면에서나 조형 면에서 통일성을 갖게 합니다. 마치 교회의 믿음이 지상 외벽의 쌍기둥에서 출발하여 드럼의 쌍기둥으로 이어지고 이것을 돔의 리브가 받아 하늘로 솟아오르는 느낌을 줍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 전반적으로 수평성에 집중하였다면, 외벽의 연속적인 기둥 배치는 수직성을 증대시켜 건물 전체에 균형감을 줍니다.


미켈란젤로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계획을 전체적으로 확정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만들어가며 공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공사가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건축가는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설계가 수정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또한 설계 전체를 공개할 때 다른 건축가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미켈란젤로 역시 이전의 브라만테, 라파엘로, 상갈로의 계획안을 상당 부분 수정하고 실제로 철거도 감수하였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천재성을 믿고 후계자들이 그의 설계에 따라 공사를 하도록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서 대성당 공사를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는 1564년 돔의 상부가 지어지는 것을 보면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를 이어서 자코모 델라 포르타(Giacomo della Porta, 1533~1602)가 돔의 끝을 뾰족한 형태로 올리면서 돔 공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1603년 클레멘스 8세 교황은 미켈란젤로의 중앙집중형 평면과 옛 성 베드로 대성당의 네이브를 모두 살리는 것을 조건으로 건축가 카를로 마데르노(Carlo Maderno, 1556~1629)에게 대성당 완공을 지시하였습니다.


하지만 1605년 바오로 5세 교황이 새로 선출되자 미켈란젤로의 중앙집중형 평면을 새로운 네이브로 교체하는 의견이 우세하였고, 마데르노는 그에 따라 다음 해부터 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마데르노의 설계는 미켈란젤로의 계획을 상당 부분 바꾸어 놓았습니다. 계단식으로 줄어드는 형태의 3랑식 네이브가 3베이 추가되면서, 평면은 신자들을 많이 수용할 수 있는 라틴 크로스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제 성 베드로 대성당은 로마의 주교좌성당을 능가하는 세계 교회의 중심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글 _ 강한수 가롤로 신부(의정부교구 건축신학연구소 소장)

[가톨릭신문 2025-07-02 오후 12:12:17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