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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속에 심은 나무가 숲을 이루다 | 2025-0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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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속에 심은 나무가 숲을 이루다 Indonesia, 2013.
2004년, 쓰나미가 아체 주민 수십만 명을 쓸어갔을 때 가장 먼저 해일이 덮치고 가장 처참히 파괴된 울렐르 마을은 거대한 폐허의 무덤이었다. 당시 스물다섯 살 청년 사파핫은 바닷물 속에 홀로 손가락만 한 바까오 나무를 심고 있었다. “이 여린 바까오 나무가 지진 해일을 막아줄 순 없겠지만 자꾸 절망하려는 제 마음은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요.” 무릎을 꿇고 나무를 심던 그는 끝내 파도처럼 흐느꼈다.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나는,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가느란 바까오 나무가 파도 속에 자라나 숲을 이루었고, 사파핫은 오늘도 붉은 노을 속에 어린 나무를 심고 있었다. 절망의 바닥에서 자라나지 않은 건 희망이 아니지 않느냐고, 파도는 끝이 없을지라도 나는 날마다 나무를 심어갈 거라고.
박노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수록작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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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6-25 오전 8:32:58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