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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봉사는 믿음에 사랑을 더하는 일 | 2025-0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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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본 영화 ‘콘클라베’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하느님께서 교회에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다양성이고,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죄는 바로 확신입니다. 의심 없는 확신은 관용의 가장 치명적인 적입니다”라는 말이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기보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마더 데레사 성녀는 “침묵의 열매는 기도요, 기도의 열매는 믿음이요, 믿음의 열매는 사랑이며, 사랑의 열매는 봉사(섬김)이고, 봉사(섬김)의 열매가 비로소 평화다”라고 말씀하셨다. 신앙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영화는 스스로의 믿음을 한 번쯤 의심해보기를 권고하지만, 데레사 성녀께서는 믿음에 사랑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성녀에 따르면 기도는 믿음을 낳는다. 그러므로 진정한 평화에 이르기 위해 우리는 가장 먼저 침묵으로 돌아가 그 안에 계시는 주님을 뵙고 기도드릴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믿음이 얼마나 약하고 허울뿐인지, 믿음 없이는 사랑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사랑이 빠진 봉사(섬김)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이상한 일이며 “아무런 소용이 없고,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1코린 13,1)와 같은지 알게 된다. 이주민을 위한 사도직도 이러한 믿음 안에 국적과 문화·종교·성별을 뛰어넘어 복음의 진리를 전하고 기쁨을 나누는 삶 안에서 확인된다. 이주민들도 한국 생활이 낯설 테지만, 이주민들에게 곁을 내어주는 우리도 못지않게 낯섦을 느낄 때 의구심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나 또한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이주민들을 이해하는 일이 새로운 숙제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들은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 섭취를 극도로 자제할 뿐만 아니라, 음악도 불경한 것은 절대 듣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최근 심장병 수술을 앞둔 이슬람 문화권 아기와 부모를 차에 태우고 가는데, 아기가 그렇게 울어도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아기용 동영상을 보여주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엄마가 인내심을 다해 다독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부모의 사랑을 자식에게 이렇게 전달하는구나’라고 느꼈다. 우리의 봉사(섬김)가 불신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보여지는 행동에 앞서 조용하고 겸손한 기도로 믿음과 사랑의 열매를 맺는 거룩한 일(聖事)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오현철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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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20 오후 3:47:0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