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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빈 평화칼럼] 레오 14세와 ‘AI 사태’ | 2025-0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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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5월 8일 콘클라베에서 제267대 베드로의 후계자가 선출됐다. 교황청 전 주교부장관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다. 가톨릭 2000년 역사상 최초 북미 출신이자 미국인 교황이다. 교황명은 ‘레오 14세’.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재위 1878~1903)의 유산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교황청은 설명했다. 레오 13세 교황은 1891년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반포했다. 가톨릭교회 최초의 사회 회칙이자 ‘노동 헌장’으로 불린다. 이 회칙은 당시 산업혁명이 노동자들의 삶에 끼친 폐해에 대한 교회의 응답이었다.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과 인간다운 노동 조건, 노동조합 설립 권리, 사유 재산권을 인정했다. 동시에 ‘공동선’을 위한 사회적 책임도 권고했다. 교황청은 “새 교황이 교황명으로 ‘레오’를 선택한 것은 레오 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로 시작된 현대 가톨릭 사회 교리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과 여성 그리고 노동자들에 대한 교황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칙이 제시한 사회 참여에 대한 교회 방향성은 이후 여러 교황에 의해 계승됐다. 특히 90년 뒤인 198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노동하는 인간」을 반포했다. ‘노동의 세계화’라는 시대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노동 현장의 새로운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권고했다. 교회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 늘 고민한다. 헐벗고 굶주린 사람, 부당한 폭력과 부도덕한 전쟁의 피해자들을 보듬고 세상을 향해 복음의 정의를 설파한다.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정치권력에 단호히 맞선다. ‘가난한 교회’를 지향하며 자본주의의 부당한 분배를 지적한다. 인간의 삶은 매일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노동에서 인간은 존엄성을 얻는다. 동시에 인간의 노동에는 수많은 노고와 고통이 동반된다. 노동 문제로 인한 해악과 불의는 전 세계적으로 연결돼 하나로 나타난다. 노동은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화적·도덕적 진보의 조건이다. 따라서 인간의 노동 문제는 사회 갈등의 시발점인 동시에 각종 갈등 해결의 열쇠가 된다. 새로운 도구가 등장해 인간의 노동을 위협하고 있다. 인공지능 즉 ‘AI’다. 성장의 도구로 인간이 창조한 AI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며 진화하고 있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소통하며 생산자이자 통제자인 인간을 뛰어넘고 있다. 인간 외에 또 다른 존재가 돼 인간을 종속시키는 ‘AI 세상’이 올 수도 있다. 8일 선출 직후 군중 앞에 처음 모습을 보인 레오 14세 교황의 첫 메시지는 ‘평화’였다. 그리스도의 평화, 무장 해제의 평화, 겸손하고 인내하는 평화였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하느님 안에 하나가 돼 서로 손잡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가자”고 호소했다. 교황청은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AI 윤리를 위한 로마 선언(Vatican’s Rome Call for AI Ethics)을 발표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6월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AI 윤리와 규범을 강제하는 국제 조약과 국제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 각국은 더 유능한 AI 기술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AI 기술이 가져올 불평등과 가짜 뉴스, 무기화는 도외시하고 있다. ‘AI와 공존하는 평화’가 절실하다. 누가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다리를 놓는’ 중재자와 설득자가 필요하다. ‘인간 노동’의 참 행복을 일깨우며 노동의 권리와 책임으로 사회 정의를 세운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에 이어 평화를 위협하는 AI 사태에 맞서 공동의 집 지구와 인류를 지킬 새로운 ‘AI 노동’ 회칙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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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5-14 오전 11:12:16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