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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영화 <콘클라베>를 보고 2025-05-14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전 세계가 사랑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였다. 지금 새 교황의 탄생을 기다리며, 최근에 상영된 영화 <콘클라베>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작된 콘클라베 3일간의 과정을 다루었다. 짧은 시간의 이야기이지만 여기에 우리 교회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 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의 거룩함이 드러나고 콘클라베의 주체가 바로 성령임이 밝혀진다.


첫째, 교회의 고뇌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회의를 주재하는 수석 추기경 ‘토마스 로렌스’가 주인공 역할을 하며 회의를 이끌고 가는데, 그 이름이 의미하듯 의심하고 질문하며 진리의 길을 찾아간다. 그는 첫날 강론에서 “확신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죄”라고 하며 추기경들에게 경고하는데, 교회는 결코 자기도취나 편안함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둘째, 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의 모습이다. 최다 득표를 이어가고 있는 아프리카 추기경의 성추문이 드러나고, 교황직 선출을 위해 미리 추기경들을 매수하는 성직 매매의 추악함과 자신의 탐욕을 위해 상대의 과거사를 들추어내는 불의와 부정직한 인간성이 드러난다.


셋째, 교회의 거룩함이다. 교회는 인간이 이끌어가지 않고, 바람이 불고 싶은 대로 부는 것처럼 거룩한 성령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심을 말한다. 회의 전날 갑자기 명단에도 없는 추기경이 등장한다. 이분이 성령의 바람을 일으키며 마지막에 새 교황으로 선출된다.


마지막으로 교회 여성의 역할을 볼 수 있다. 콘클라베 회의 동안 수녀들은 회의를 위해 요리를 하고 세탁하는 가정부의 역할을 하지만, 성추문과 성직 매매의 진실을 밝힌다. 여성이 교회의 리더 역할에서 배제되지만, 진실을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다.


마지막에 놀랄만한 반전이 있는데, 이 신선한 충격이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을 스포일러하지 않기 위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이것을 통해 내다본 전망만 밝힌다.


가톨릭교회의 여성 사제직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부터 그 필요성과 요구가 빗발치지만, 지금까지 아직 유보된 상태이다. 그 이유로 제시되는 것은 이는 교회 전통에 어긋나며, 예수님이 남성이기 때문에 남성(사제)의 인격 안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참조: 「직무 사제직에 대한 여성 수용의 문제에 대한 선언」(Inter Insigniores, 1976)) 그렇다면 여성의 인격 안에는 예수님께서 현존하시지 않을까?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바로 그 의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존경한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사회의 소외된 자인 성소수자들까지도 껴안았다. 또 역사상 첫 교황청 여성 장관까지 임명한 진보주의 성향을 보였지만, 여성 사제직에 대해서는 문을 열어놓지 않았다. 지금 새로운 ‘교황 선출을 위한 기도’를 바치면서, 이번 교황은 누가 되더라도 그 개혁의 문을 활짝 열어놓을 수 있는 분이기를 열망한다. 또 그렇게 되기를 믿는다. 콘클라베의 주체는 그때마다 놀라운 반전을 일으키시는 성령이시니까.


글 _ 마리 파울리타 수녀(노틀담 수녀회)

[가톨릭신문 2025-05-14 오전 9:32:2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