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옷깃을 스미는 이 밤 이곳 쌍령산 정기 타고 미리내 유무상통마을의 성당 앞 성모님은 아기 예수를 안고 5월의 꽃 속에서 인자로운 어머니를 바라봅니다. 오늘 밤 여기 오랜 세월의 식솔들에게 5월의 푸른 초록으로 물들게 하듯 세상의 온갖 궂은일도 이승에서 무수히 겪어온 기쁜 일이나 슬픈 일도 혹은 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을 헤치고 그리도 모진 삶 살아온 내력도 이제는 조용히 내려놓고 그 이름도 성스럽게 은하수의 빛이 흐르는 이곳 미리내성지 유무상통마을에서 인자로운 당신의 고운 미소를 닮아가듯 하루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토록 여기까지 나를 지켜주고 살펴주시니 천상의 어머니가 아니던가. 캄캄한 밤이거나 환한 대낮이거나 내 속속들이 원죄까지 살펴보시니 흐르는 세월처럼 더욱 그리움만 다가옵니다. 언제나 얼굴 붉히지 않고 내 허물을 들추어내기보다 지혜를 가르쳐 주었으며 마음을 다지고 살아가는 일 절망하지 않고 희망 속에 사는 법을 내게 일러주신 어머니께 오늘 밤 촛불을 밝히며 두 손을 모읍니다.
세상살이 때로는 가슴 아리도록 슬픔과 아픔이 시험에 들어도 오직 성모님만 바라봅니다. 새순이 움트는 새 소망과 희망으로 피어나는 오월이 눈이 시리도록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리하여 오늘 밤 허공 속에서 활짝 핀 장미처럼 따뜻한 위로의 꽃이 되어 세상의 오만가지 두려움도 걱정도 가시고 굳었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도록 성모님을 온 몸으로 바라봅니다.
은혜와 사랑이 넘치는 이 밤 한껏 아름다웠던 지난날들이 내게는 한없이 영광이었습니다. 언제나 사랑의 이름으로 변함없이 한평생 성모님을 가슴에 품고 사는 이 몸 여기 유무상통마을에서 마지막 행복한 삶을 지켜주신 성모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신비의 오월은 진한 초록의 기적이며 내게 사랑과 은총이 되리라 세상을 마음속 깊이 새겨가며 당신의 구원으로 엮은 꽃다발을 이제 고운 빛 가슴에 안고 이 밤 성모님께 장미꽃 한 묶음 바칩니다.
글 _ 배의순 요한 보스코(수원교구 미리내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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