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서 교황으로서 첫 강복을 하고 있다.
흰 연기에 환호
종소리와 흰 연기로 교황 선출 알려
광장은 흥분과 환호성으로 가득차
기쁨의 눈물 흘리며 기도 바치기도
레오 14세 첫 강복
성 아우구스티노 유품 넣은 십자가 착용
페루 교회에 남다른 애정 전해
미국인들 자국 출신 교황에 더 흥분
하베무스 파팜
“Habemus Papam!”(새 교황이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레오네!” “레오네!”
로마시각 8일 오후 7시 무렵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새 교황 레오 14세가 모습을 드러냈다. 따사로운 햇살 속에 초조하게 새 교황을 기다리던 신자들은 이탈리아어로 “파파(Papa)”와 교황명인 레오 14세를 외치며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의 목자요, 지구촌 인류 모두를 위한 새 평화의 사도를 환영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감격한듯 눈가가 촉촉해졌고 긴장한듯 다소 굳은 표정을 보이다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로마와 온 세계에(Urbi et Orbi)’ 첫 강복을 내렸다. 새 교황이 탄생한 순간이다.
8일 오후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옥상 굴뚝에서 교황 선출 소식을 알리는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마침내 흰 연기
콘클라베에서 새 교황 선출이 확정되자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마침내 흰 연기가 피어오르며 하느님의 뜻이 지상에 닿았음을 알렸다. 동시에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힘찬 종소리가 울리며 전 세계에 새 로마의 주교이자 베드로의 후계자 탄생을 전했다. 네 차례의 투표 끝에 마침내 새 교황이 선출된 것이다.
광장에서 초조하게 새 교황 탄생을 기다리던 신자들의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다.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기도 하고 열화와 같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자국 출신 추기경을 연호했던 국기들은 새 교황 탄생에 이내 하나 된 물결을 이뤘다. 새 목자가 우리에게 다시 뽑아 세워졌음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바치는 이들도 많았다.
사람들의 환호성은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단 수석 부제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로 나와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적으로 알리며 더욱 커졌다. 맘베르티 추기경은 새 교황이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며 그가 교황명을 ‘레오 14세’로 정했다고 밝혔다. 교회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현장에 함께한 미국 교회 신자들은 자국 출신 교황 탄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새 교황 탄생을 보기 위해 광장을 찾은 라일라 브라운(28)씨는 “새 교황의 이름을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교회 공동체가 교황님을 따라 더욱더 사랑 넘치는 공동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부모와 바티칸을 찾은 마크 라데마커(25)씨는 “내 생애 미국인 교황이 탄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새 교황께서 주님 뜻을 따라 널리 복음을 전하실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미국 내슈빌교구의 데이비드 리 신부는 “함께 로마로 순례 온 신자들과 기도드리던 중 굴뚝에서 흰 연기가 올라와 놀라고 있었는데 미국 출신 추기경께서 교황이 되셨다는 발표를 듣고 또 한 번 놀랐다”며 “미국 교회와 전 세계 교회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선물”이라고 기뻐했다.
콘클라베에 함께했던 티모시 돌란(미국 뉴욕대교구장) 추기경은 “새 교황은 교회법을 전공했기에 지성의 반석으로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또 선교사의 열정과 열의로 가득차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는 모습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닮아있다”며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보인 영성과 전임 교황들의 모습이 두루 조합된 목자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윌턴 그레고리(전 워싱턴대교구장) 추기경은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우리 중 누가 교회를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였다”며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사람을 뽑았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모든 추기경이 이 점을 고려해서 투표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콘클라베에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자 수녀들이 환호하고 있다. OSV
최초로 미국인 출신 교황이 선출되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있는 미국 교회 신자들이 국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페루 교회 향해 전한 사랑과 감사
레오 14세 교황은 8일 선출 직후 로마와 전 세계에 첫 강복을 전하면서 자신을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회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에게 저는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인”이라는 성인의 말씀을 인용했다.
교황은 선출 직후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유품이 든 십자가를 착용하고 중앙 발코니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십자가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유품과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교부들인 성 모니카와 빌라노바의 토마스, 복자 안셀모 폴랑코, 가경자 바르톨로메오 메노키오의 유해가 담긴 십자가로, 교황이 추기경으로 서임된 2023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로부터 선물 받은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영성에 대한 교황의 사랑과 이를 따라 교황 직무를 수행해나겠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다.
아울러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어로 첫 강복을 하던 중 잠시 스페인어를 사용하며 자신이 20여 년간 사목했던 페루를 위해 기도하기도 했다. 교황은 “페루의 모든 이들에게, 특히 사랑하는 치클라요교구에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그곳의 겸손한 사람들은 자기 주교와 동행하고 믿음을 나누며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충실한 교회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내놓았다”고 했다. 미국 출생으로 사제 생활을 시작한 곳도 미국이지만 사제와 주교로서 오랜 시간을 보낸 페루 교회에 감사를 전하며 이들을 향한 사랑을 잊지 않은 것이다.
133명의 추기경이 5월 7일 콘클라베에 임하기 위해 ‘오소서 성령이여’ 성가를 노래하며 시스티나 경당으로 향하고 있다. OSV
추기경들이 7일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서 콘클라베를 시작하기 전 차례로 중앙으로 나와 복음서에 손을 얹고 개별 선서를 하고 있다. OSV
추기경들이 7일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서 콘클라베를 시작하기 전 차례로 중앙으로 나와 복음서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고 있다. OSV
교황청 전례원장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7일 콘클라베의 시작을 알리며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의 문을 닫고 있다. OSV
추기경단 소회
형제적이며 평화로운 시간
다른 지역 교회 추기경들과 친교
교황 선출되던 감동의 순간 전해
전 세계가 환영
미국 교회, 기쁨과 자랑스러움 드러내
페루 교회, 축하와 함께 기도 약속
트럼프 대통령 등 정상들도 축하 전해
추기경단이 돌아본 콘클라베
콘클라베에 참여한 추기경들은 새 교황이 선출된 투표 현장을 회상하며 “미디어에 비친 모습과 달리 형제적이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1980년생으로 최연소 콘클라베 참가 추기경인 미콜라 비초크(호주 멜버른 성 베드로와 성바오로교구) 추기경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콘클라베는 무거운 자리인 동시에 다른 지역 교회 추기경님들과 친교의 시간을 나눌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투표 내내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빈센트 니콜스(영국 웨스트민스터대교구장) 추기경은 “전자기기를 제출하고 나니 기도하는 시간도 더 많아지고 스스로를 성찰할 시간도 더 많았다”며 “생애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레오 14세 교황의 선출이 확정되던 순간 교황이 보여준 인간적 모습을 전한 추기경들도 있다. 조셉 토빈(미국 뉴어크대교구장) 추기경은 “투표 후 여기저기서 프레보스트 추기경의 이름이 들렸고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고 있었다”며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심정이었을 새 교황을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선출 확정 당시 새 교황의 옆 자리에 앉아있었다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새 교황님은 선출이 확정된 직후 큰 책임감을 느낀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타글레 추기경은 “교황님께 사탕이 필요한지를 물었는데 달라고 해서 저는 품에서 사탕을 꺼내 전해드렸다. 이는 새 교황님을 위해 첫 봉사를 한 셈”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레오 14세 교황 선출 직후 추기경단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새 교황 선출을 축하하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8일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서서 신자들에게 첫 강복을 주고 있다. OSV
새 교황 선출에 열광한 전 세계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되자 전 세계에서 환영의 인사가 이어졌다. 특히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 탄생한 만큼 미국 교회의 반응이 뜨거웠다.
미국 주교회의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는 “미국 주교단은 새 교황으로 우리나라의 아들을 선택해주셨다는 사실에 감사드리면서 새 교황께서 이제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선의를 가진 모든 이의 아버지가 되셨음을 환영한다”고 했다.
교황의 출생지인 미국 시카고대교구 보좌 로렌스 설리번 주교는 기자회견에서 “새 교황께서 시카고 출신에 미국인으로서 최초의 교황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면서 “교황님은 친절하고 배려가 깊은 분인 동시에 하느님께 충실하신 분”이라고 전했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시카고 관구장 안토니 피조 신부는 “깊은 고결함을 지닌 레오 14세 교황은 진실로 경청하시는 분이자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동반자이셨다”며 “우리는 그분이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정신에 뿌리를 둔, 온 교회와 함께하는 여정의 동반자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다리의 건설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축하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20여 년간 선교했던 페루에서도 기쁨이 이어졌다. 페루 치클라요교구장 에딘손 에드가르도 파르판 코르도바 주교는 “하느님께서 소박하고 겸손하며 백성 가까이에 있는 목자를 택하셨다는 사실은 큰 기쁨”이라며 “우리 교구는 새 교황께서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을 위해 봉사하실 수 있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 제267대 교황 선출 소식이 전해지자 한 신자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OSV
8일 콘클라베에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자 신자들이 환호하고 있다.OSV
세계 정상들도 축하
정치권에서도 연이어 환영 인사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초의 미국 교황 탄생은 우리 국가의 큰 영광”이라며 “새 교황을 알현하기를 고대하며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도 “새 교황님은 페루인들과 함께하고 우리와 함께 살면서 이 나라의 신앙과 문화·꿈을 가슴에 품고 사셨던 분”이라며 기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레오 14세 교황님과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며 “세계는 평화·사회 정의·인간 존엄성·연민을 위한 가장 강력한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유럽은 레오 14세 교황님이 몸소 인류 공동 가치를 증진하실 것임을 확신한다”며 "EU는 교황청과 함께 기후위기 등 전 지구적 위기에 맞서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전쟁으로 매우 결정적이고 위급한 이 순간에 정의를 회복하고 지속할 수 있는 평화를 이루기 위한 바티칸의 계속된 인도적·영적 지원을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교황청과 러시아 사이에 구축된 건설적인 대화와 협력이 그리스도교 가치를 바탕으로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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