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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목자 두봉 주교, 사랑으로 한국 교회를 돌본 71년 여정 마치다 | 2025-0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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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에게 반해 사제가 돼 71년 동안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국인을 행복과 사랑으로 안내한 목자. 초대 안동교구장 두봉 레나도 주교가 4월 10일 선종했다. 향년 96세. 좌우명 ‘기쁘고 떳떳하게’를 실천하며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이자 아버지로 헌신한, 그야말로 ‘착한 목자’의 본보기가 되는 삶이었다.
프랑스 태생인 두봉 주교의 본명은 르네 마리 알베르 뒤퐁. 그는 1929년 9월 2일 파리 인근 오를레앙교구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5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교구 대신학교를 졸업한 뒤퐁은 1950년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 1953년 6월 29일 사제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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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듬해 12월 19일 프랑스를 떠난 지 두 달 반 만에 마침내 선교지에 도착했다.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된 대한민국이었다. 뒤퐁 신부는 ‘뼈를 묻을 각오’를 했다.
그 뒤로 몇 달을 서울 파리외방전교회 거처에 머물던 뒤퐁 신부. 1955년 드디어 대전교구 대흥동본당(현 주교좌) 보좌로 사목을 시작했다. 당시 본당 주임이었던 고 오기선(1907~1990) 신부를 도와 10년 동안 신나게, 열정적으로 사목했다. 한국식 이름인 ‘두봉(杜峰)’도 이때 오 신부가 지어준 것이었다. 그렇게 프랑스인 뒤퐁은 한국인 두봉으로 이 땅에서 70년을 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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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봉 신부는 1962년 대전교구 상서국장과 1967년 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을 지냈다. 그러다 1969년 5월 29일 대구대교구가 관할하던 경북 북부 지역이 새로운 교구로 분리 설정됐다. 바로 안동교구였다. 그리고 첫 교구장으로 두봉 신부가 임명됐다. 1969년 7월 25일 주교품을 받은 그는 21년간 목자로 헌신하며 교구 기틀을 다졌다.
‘농촌 교구’인만큼 가톨릭농민회를 설립하는 등 지역 발전과 농민 인권 신장에 힘썼다. 가장 강렬한 기억은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발생한 ‘안동 가톨릭농민회 사건’, 이른바 ‘오원춘 사건’이었다. 영양군청이 불량 씨감자를 보급한 데 항의하던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청기분회장 오원춘이 수사기관에 의해 납치, 고문당한 일이다.
두봉 주교는 이 사건을 폭로하고, 유신 정권에 항의하다 추방됐다. 그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개입했고, 결국 박정희 대통령이 추방을 취소하면서 두봉 주교는 2달 만에 복귀했다.
두봉 주교는 또 상지여자전문학교(현 가톨릭상지대학교)와 상지여자중·고등학교를 설립해 여성의 교육 기회 확대에도 이바지했다. ![]()
아울러 한센병 환자를 위한 병원과 신체장애인 직업훈련원을 건립하는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업도 펼쳤다. 또 신자와 지역민을 위해 안동문화회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봉 주교의 70년 한국살이는 ‘대한민국 현대사’ 그 자체였다. 낙후된 경북 안동에서 농민 사목을 하다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추방당하는 등 많은 격랑을 온몸으로 맞아왔지만, 언제나 사회적 약자 편에 섰다. 어떤 상황에서도 좌우명인 ‘기쁘고 떳떳하게’를 실천했다. ![]()
두봉 주교는 2019년 지역 사회 발전에 헌신한 공로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앞서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과 프랑스 나폴레옹 훈장·백남인권봉사상·만해실천대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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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안동 MBC는 2024년 창사 54주년 특집으로 두봉 주교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한국인 두봉 주교(연출 이정희)’를 제작하기도 했다.
약 50분 분량으로, 좌우명인 ‘기쁘고 떳떳하게’를 실천하며 가난한 삶으로 관한 두봉 주교의 일상과 유언장이 최초로 공개됐다.
“두봉 주교님은 70년 사제생활 가운데 54년을 안동의 어른으로 살아오셨습니다. 특별히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주교님 같은 사제의 본보기인 큰 어른을 모실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저 또한 힘들고 지치고 주저앉고 싶을 때 주교님의 모습에서 다시 힘을 받고 일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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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4일 안동교구 의성성당에서 봉헌된 두봉 주교의 사제수품 70주년 감사 미사. 축사를 맡은 권 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주교님이 하신 말씀 중에 ‘나는 사제가 다 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사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게 항상 마음에 와 닿는다”며 “예수님을 닮아가는 사제의 여정은 평생을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있다”고 전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두봉 주교 약력>
1929년 9월 2일 출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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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4-11 오전 5:12:0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