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News

  • 전례성사
  • 가톨릭성미술
  • 가톨릭성인
  • 성당/성지
  • 일반갤러리
  • gallery1898

알림

0

  •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사도직 현장에서] 기도, 고통을 이기는 힘 2025-03-26



병원 사목을 하는 나의 소임은 수술을 앞둔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기도하며, 성스러운 예식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이들에게는 임종기도를 드리고, 장례 미사를 집전하기도 한다.

병실을 방문할 때면, 나는 종종 환자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넨다. “가장 힘든 순간, 무엇이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었나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비슷했다. 지인들의 따뜻한 기도·걸려온 전화·병문안 온 사람들의 격려 등 그 모든 작은 정성들이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힘이 돼주었다고 한다. 특별히 죽음이라는 절망 앞에 선 이들은 그 어떤 위로도 마음속 깊이 와 닿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오직 하느님만이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느 날 한 부부가 원목실을 찾아왔다. 조용히 면담을 신청했고, 남편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돈도 명예도 모두 손에 쥐었다. 신자였지만 하느님을 진심으로 믿은 적은 없었고, 마음 한구석에는 늘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딸이 갑자기 병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였는지 깨달았다. 돈으로도, 권력으로도 딸의 병을 고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생전 처음으로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딸의 고통 앞에서 비로소 하느님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가족들이 고통 속에서도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깊은 감동을 받고, 그들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기도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볼 때면 나 역시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하는 것뿐이다. 주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고, 참된 위로를 주실 수 있는 분이다.


이용수 신부(수원교구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
[가톨릭평화신문 2025-03-26 오전 7:32:1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