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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과 증오의 겨울 끝내고 민주주의 씨앗 뿌리는 봄 맞이해야” | 2025-0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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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헌재 탄핵심판 앞두고 18일 공동성명 발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공동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김종생 총무, 이하 신앙과직제)는 3월 18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의 일상을 회복하고 한국의 국제사회 위상을 높이는 길은 ‘K-민주주의’의 실현이며 그 출발점은 헌정질서를 짓밟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이라고 밝혔다.
‘묵혀 둔 너희 땅을 갈아엎어라. 가시덤불에는 씨를 뿌리지 마라’(예레 4,3) 는제목의 성명에서 신앙과직제는 지난해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언급하고, 민주주의가 언제든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충격과 공포 속에서 민주주의가 불가역적인 것이 아님을 깨달았으며, 깨어 있는 시민의 확고한 의지가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고 강조했다.
신앙과직제는 현재 한국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으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죄하기는커녕 거짓과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성을 상실한 극우 세력이 사법기관을 난입해 난동을 부리고, 집권 여당은 헌법재판소의 권위마저 훼손하려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앙과직제는 일부 극우 성향의 기독교 단체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 참여하며, 기독교적 언어와 상징을 증오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오늘의 시민사회가 바라보는 한국교회는 세상의 빛이 아니라 세상의 어둠이 되었다”며 “우리는 극단주의적 기독교인들의 잘못을 교회 전체의 책임으로 통감하며 회개한다”고 했다.
신앙과직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정계, 시민사회, 종교계가 모두 수용하고 비극적인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더 민주적인 구조로 만들어가는 일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며 탄핵심판 선고 이후 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긴 정치적 분열과 증오의 겨울을 끝내고,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는 봄을 맞이해야 한다”고 전한 신앙과직제는 “민주적 헌정질서를 회복한다면 한국 사회와 교회는 다시금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이번 공동성명은 신앙과직제 신학위원회(공동신학위원장 송용민 요한 사도 신부·양현혜 목사)에서 초안을 작성하고 공동의장의 승인을 받아 발표됐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를 기다리며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공동성명서 “묵혀 둔 너희 땅을 갈아엎어라. 가시덤불에는 씨를 뿌리지 마라.”(예레 4,3) 이 땅에 파견된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힘으로 세상에 참된 구원을 향해 빛과 소금이 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이러한 소명을 이루기 위해 시대의 징표들을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직면한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는 민주주의의 취약성과 시민의 힘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는 당연하고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라, 조건만 형성되면 언제라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충격과 공포 속에 깨달았습니다. 또한 깨어있는 시민의 확고한 의지와 결연한 행동만 있다면 쓰러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것도 찬란한 빛의 물결 속에서 배웠습니다. 하지만 내란은 종식되지 않았고, 한국사회는 극심한 혼란 속에 빠져 있습니다. 민주적 헌정질서를 부정한 대통령은 계엄 트라우마로 상처입은 국민에게 사죄하기는커녕 거짓과 궤변으로 일관합니다. 심지어 이성을 상실한 극우 세력이 사법기관을 난입해 난동을 부리고, 집권 여당은 1987년 국민의 저항으로 군사독재를 물리치고 이루어낸 민주주의의 소중한 결실 중 하나인 헌법재판소의 권위마저 깎아내리려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더욱 부끄러운 것은, 이 시대 극우 세력의 중심에 일부 그리스도교 집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의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들에 일부 극우 성향을 지닌 그리스도인들이 동참하면서, 그리스도교 상징과 언어를 사랑이 아닌 증오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한국교회에 대한 시민사회의 불신과 반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의 시민사회가 바라보는 한국교회는 세상의 빛이 아니라 세상의 어둠입니다. 교회는 하나의 보편교회입니다. 교회 일부의 잘못은 교회 전체의 책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을 태우면서 낮아져 세상을 밝히는 촛불 같은 복음적 삶 대신, 민주주의의 빛을 꺼뜨리려는 극단주의 그리스도인의 잘못을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아프게 고백하며 회개합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왜곡하며 불의와 증오의 길을 선택한 우리의 형제자매들이 정의와 사랑의 길로 돌아올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국민은 아직 계엄의 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십 년 사이 두 번의 탄핵 사태로 겨울을 거리에서 보낸 국민의 피로감이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K-팝, K-드라마, K-문학이 세계를 매혹시키고 있는 ‘한국문화(Kulture)’의 시대를 K-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국민의 일상을 회복하고 한국의 국제사회 위상을 높이는 길은 ‘K-민주주의’의 실현입니다. 그 출발점은 헌정질서를 짓밟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입니다. 복음의 빛에 비추어 시대를 식별하고 살아가려 애쓰는 한국의 천주교, 정교회, 개신교 그리스도인은 한국사회와 교회에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첫째, 헌법재판소가 내릴 결정을 정계, 시민사회, 종교계 모두 수용하고, 이런 비극적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더 민주적인 구조로 만들어가는 일에 지혜와 힘 을 모아야 합니다. 둘째, 다가오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이후 분열과 증오의 확전이 아니라, 더 나은 민주주의, 더 튼튼한 민주주의, 더 따뜻한 민주주의를 상상하고 준비하는 공동체 적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교회의 소명이며 존재 이유는 증오가 아닌 사랑이기에, 교회의 일원이면서 사회 구성원인 그리스도인-시민은 증오를 부추기며 사회를 분열시키는 반복음적 행위에 단 호히 반대해야 합니다. 이제 길고 추운 정치적 분열과 증오의 겨울을 끝내야 합니다. 주님께로 돌아가 묵은 땅을 갈아엎고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의 씨를 뿌리는 봄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 봄에 우리가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민주적 헌정질서를 회복한다면,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는 다시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25년 3월 18일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공동의장 이용훈 주교·김종생 총무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신학위원회 공동신학위원장 송용민 신부·양현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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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3-19 오전 9:32:0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