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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사진 에세이] 마을의 성소 ‘종자 싹’ 보관소 | 2025-0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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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성소 ‘종자 싹’ 보관소 Laos, 2011.
고산족 마을 어디서나 보이는 이 중심 자리엔 한 생을 마친 오백 년 된 고목이 솟아 있는데 그 머리에는 다음 생을 이어갈 종자 싹이 트고 있다. 짐승들이 종자를 먹어치울까 봐 그리했겠지만 내겐 희망의 싹을 모시는 종묘사직의 성소처럼 느껴진다. 결실은 아래로 고르게 나눠져야 하지만 고귀한 종자는 높은 곳에 두어야 한다. 높은 곳은 더 춥고 가난하고 고독할지라도 빛나는 태양과 별들이 그를 품고 단련해주는 곳. 그리하여 마침내 낮은 땅에 씨뿌려져 대를 이어가는 새 희망이 되는 것이리라.
- 박노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수록작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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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2-19 오전 6:52:1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