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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고전영화 봤던 추억 생생… 이젠 그런 공간 없어 안타깝죠” 2025-02-12

일미디어 홍재완 대표

 


1980년대 로마서 유학
고전·4K 미술 다큐멘터리 수입
대다수 작품 직접 번역·감수



‘세기의 천재 미술가’ 테마로
올해 영화 10여 편 상영 계획



“스크린으로 전하는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위안·힐링 되고
성찰의 시간 되거나
희망 회복하는 계기 됐으면”








“예전에는 제가 상당히 세속적인 일을 했죠.”(웃음)

최근 재개봉된 ‘성 베드로 대성당과 로마 교황청 대성당들’에 이어 19일 개봉을 앞둔 ‘카라바조. 영혼과 피’의 수입·배급사인 일미디어의 홍재완(니콜라오) 대표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디지털 리마스터링된 고전영화와 4K로 제작된 미술 다큐멘터리를 수입하는 홍 대표의 입에서 ‘세속’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조금 의아했다. 그러나 어느덧 60대에 접어든 홍 대표의 삶은 흑백에서 컬러 TV,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송, 지금의 OTT 서비스에 이르는 미디어 업계의 거센 변화와 함께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 선봉에 있었다.

“처음에는 삼성물산에서 무역 일을 했는데, 종합유선방송(케이블 TV)이 시작되면서 영상사업단이 꾸려지고 영화 구매하는 업무를 맡게 됐어요. 그때는 한국영화보다 외화가 훨씬 많았는데, 제가 외국 경험이 있고 하니까 맡긴 것 같아요.”

그는 1980년대에 로마 유학길에 올랐다. 중학생 때 세례를 받았지만 종교적 이유나 예술 관련 학업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학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가 보기에 자본주의 사회는 지속적으로 실업 문제와 노사 갈등을 해결해야 하고, 그 분야를 가장 잘 연구한 나라가 이탈리아라고 생각했다.

라사피엔차대학교에서 5년 넘게 공부하고 돌아왔건만 1990년대 국내 관련 분야에서는 그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신기하게도 의외의 길이 열렸다. 삼성영상사업단에서 런칭한 유료영화채널의 편성·구매 담당을 시작으로 아리랑TV에서는 글로벌마케팅과 기획을 맡았고, 스타TV 한국 지사장까지 지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는 일을 해왔던 셈이다.

“회사를 위해서는 지금 같은 일을 하기 힘들죠. 더 수익성이 있어야 하니까요. 고전영화와 미술 다큐멘터리를 수입·배급하는 일은 2015년부터 하고 있는데, 나름 하느님의 부르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콘텐츠의 대부분이 이탈리아에서 제작됐는데, 이탈리아와 가톨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가톨릭은 2000년 이상 인류 역사와 함께하며 문화예술을 비롯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으니까요.”

이탈리아와 가톨릭이라는 두 부문에 조예가 깊다는 점 역시 하느님의 계획 아니시겠나. 실제로 홍 대표는 대다수 작품을 직접 번역한다. 사정상 다른 번역가에게 맡겨도 마지막 감수는 놓치지 않는다.

“제너럴리스트지 스페셜리스트는 아니에요. 다만 최적화된 분야라고 할까요. 지금까지 일하며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배급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거잖아요. 또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내가 모르는 게 뭔지’는 정확히 아니까 노력을 많이 해요. 확인할 게 많으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부족하지만 유학시절 습득한 이탈리아어로 사전도 찾고, 주변 신부님과 수녀님께 문의도 합니다. 아무래도 기존의 종교적인 콘텐츠는 개신교 표현이 많아요. 하나님·재단·예배당·마태 등도 하느님·제대·경당·마태오로 바꾸고요. 다른 나라도 아니고 가톨릭의 구심점인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니까 내레이션이나 자막에 적확한 표현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그는 ‘세기의 천재 미술가, 세계의 미술관’을 테마로 1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19일 개봉을 앞둔 ‘카라바조. 영혼과 피’에 이어 ‘프라도. 위대한 미술관’ ‘틴토레노. 베네치아에서의 반란’ 등이다. 이와 별개로 ‘빵과 포도주의 마르첼리노’ ‘프란치스코, 신의 어릿광대’ ‘돈 까밀로 시리즈’ ‘마태오 복음’ 등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대부분 예술영화 전용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카라바조. 영혼과 피’ 포스터

 


“예술영화도 많으니까 작은 파이에 끼어든 셈이죠. 백화점으로 따지면 매대에서 일하는 것과 같아요. 영화관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거든요. 하지만 제가 배급하는 콘텐츠는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직 OTT 등에는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어요. 영화나 미술은 모두 ‘규모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1959)를 70㎜ 필름으로 대형 스크린에서 보셨거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바티칸 시스티나 소성당에서 직접 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당시에 그 사이즈로 만든 이유가 있을 테고요.”

한편으로 그는 전국의 성당과 성지, 가톨릭 교육기관과 미술관 등이 좋은 상영관이 되길 희망해 본다. 그 역시 고전영화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극장이나 이탈리아가 아닌, 어린 시절 즐겨 찾던 성당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고전영화 ‘빵과 포도주의 마르첼리노’ 스틸컷

고전영화 ‘돈 까밀로의 작은 세상’ 스틸컷

고전영화 ‘프란치스코, 신의 어릿광대’ 스틸컷


“영화에 대한 추억은 성당에 많아요. ‘빵과 포도주의 마르첼리노’ ‘파티마의 기적’ 모두 성당에서 봤거든요. 60대 이상인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당시엔 한국영화가 별로 없었고, 외화를 상영할 경제적·문화적 환경도 아니었어요. 대구에서 자랐는데,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임 세바스찬 신부님이 그런 영화를 가져오셨어요. 독일분이었거든요. 종교영화뿐만 아니라 좋은 영화들을 성당에서 소개해주셨어요. 이런 토대에서 저도 명작들을 찾아왔는데, 그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나 공간이 없어서 안타까워요.”

유럽의 크고 작은 성당에서 수많은 음악회와 상영회가 열리고 신자뿐 아니라 동네 주민·관광객들도 찾아드는 걸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물론 그에게는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 가톨릭이 담고 있는 소중한 가치와 숭고한 정신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편당 평균 3000명 정도 관람하시는데, 꾸준히 선보이다 보니 잇달아 관람하는 분도 있고, 도서관이나 몇몇 기관에서도 찾아주시더라고요. 1995년에 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바티칸에서 선정한 45편의 위대한 영화가 있어요. 종교·가치·예술 부문별로 15편씩인데, 종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도 가톨릭 정신이 기반이 되는 작품인 거죠. 이제 인생 전체로 보자면 ‘페이드아웃’ 되는 시점이고, 욕심낸다고 되는 영역도 아니라서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다만 제가 스크린으로 전해드리는 작품이 누군가에게는 위안과 힐링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성찰이나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희망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 신앙심은 대단하지 않지만 그게 가톨릭 정신이니까요.”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5-02-12 오후 2:5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