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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자체가 역설” 2025-02-12
 

역설들 / 앙리 드 뤼박 추기경 / 곽진상 신부 옮김 / 가톨릭출판사



당대 최고 신학자였던 저자
그리스도교의 역설적 신비 짚어



책 번역한 곽진상 신부
“이해를 넘어서는 역설
없애려 말고 역설로 존중해야”




프랑스의 대신학자 앙리 드 뤼박(Henri de Lubac, 예수회, 1896~1991) 추기경의 「역설들」이 출간됐다. 400여 쪽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역설’이다.

“패러독스(paradoxe)! 역설(逆說) 또는 모순(矛盾)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는 그리스어 접두사 파라(~위에, ~옆에, ~와 반대로)와 독사(의견, 신조)의 합성어로서, 어원적으로 볼 때 서로 대립하는 의견이나 주장을 일컫는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역설은 우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는 특성이 있다.”(8쪽)

그러나 모든 대립이 역설은 아니다. 역설은 또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비적인 특성이 있다. 그리스도교의 역설적 신비는 비이성적이라기보다 초이성적이다. 이성의 틀에 갇힐 수 없는, 곧 이성을 넘어서는 초월적 특성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의 가장 근본적인 교리이며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자체가 역설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시면서 동시에 인간이시다. (중략) 그리스도의 육화는 영원성이 시간 속에 개입한 역사 내 유일한 사건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존재가 인간의 시간과 공간 속에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역사를 완전히 새롭게 변모시켰다는 것이 그리스도 신앙이다.”(13쪽)

신학은 역설을 신앙의 근본적 특성으로 인식하고 수용한다. 그리스도교 신앙 자체가 역설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역설은 그리스도 신앙 이해의 열쇠다. 저자는 신학의 일반적 정의로 알려진 ‘신앙의 이해’를 넘어 ‘신앙을 통한 이해’를 강조한다.
 
앙리 드 뤼박 추기경
 
곽진상 신부

“가장 심오한 신앙에서 가장 철저한 무신론으로 가는 데에는 머리카락의 굵기만 한 거리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굵기는 심연이다. 신랑은 신부를 ‘그의 목에 있는 머리카락 한 올’만으로도 알아본다.”(331쪽)

드 뤼박을 연구한 신학자로 수원가톨릭대학교 총장을 지낸 곽진상(수원교구 서판교 주임) 신부는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에 함몰되어 이해를 넘어서는 역설을 없애려 하지 말고, 오히려 역설을 역설로 존중하고 지키는 일이 신학의 중요한 책무”라며 “한국 교회의 신학이 발전하고 신자들이 영적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번역에 임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출간된 「역설들」은 드 뤼박 추기경이 펴낸 「역설들Paradoxes」(1946), 「새로운 역설들Nouveaux paradoxes」(1955), 「다른 역설들Autres Paradoxes」(1994)을 하나로 엮은 책이다. 저자의 사상을 잘 알 수 있는 내용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관련 미간행 자료까지 더했다.

1929년부터 리옹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는 20세기 중반에 나타난 ‘새로운 신학’의 주창자로 혹독한 의혹에 시달리다 1964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준비위원으로 임명되며 정통성을 인정받았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3년에 그를 추기경으로 임명하며 당대 가장 뛰어난 신학자 중 한 사람이라고 공표했다.

윤하정 기자
[가톨릭평화신문 2025-02-12 오후 2:12:12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