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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평화 가로막는 장벽 무너뜨리는 데 주저해선 안 돼” | 2024-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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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천명했고 북한 역시 남북 관계를 민족 관계가 아닌 국가 간 관계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남북한의 대립은 가속화됐다. 남북을 연결하는 경의선과 동해선 비무장지대 일대 구간이 폭파됐고, 오물을 매단 풍선과 비방하는 전단지가 서로 간에 오갔다. 끊어진 길 위에는 미움과 폭력만이 남았다. ■ 한국교회, 평화 여정에 어떻게 동행했나? ‘한반도 갈등 해소를 위한 교회의 인식’ 세션에서는 한반도 평화 증진이라는 교회적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서 ‘어떻게 관찰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지’를 교회 언론이라는 통로를 통해 살펴봤다. 연구자들은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신문에서 북한을 보도한 전체 기사에 대해 총 50개의 토픽을 추출해 잠재적 디리클레 할당(LDA·문서 텍스트에 단어들이 어떻게 사용(분포)돼 있는지를 관찰해 문서 내 숨어있는 주제 찾아내는 기법) 분석을 수행했다. 북한 관련 보도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2010년 이후로 두드러졌다.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냉각되면서 교회 언론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한 실천 차원의 교회적 관심이 줄어들고 관찰 차원의 교회적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 문제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가장 크게 강조되는 것은 ‘교회의 가르침’과 ‘양심’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교회가 북한 문제를 판단하고 평가하는데 있어서 신앙인의 사명과 의무를 강조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양심)에 호소하는 정서적인 접근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한 “평화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제한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개선하고 정의, 발전, 사랑, 연대의 가치를 함께 생각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가톨릭 사제가 바라보는 통일과 교회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교회와 신자들을 잇는 가교로서 성직자의 역할이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사제 460명을 대상으로 평화와 통일, 북한에 대한 인식, 정치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사제의 81.5%는 “통일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 국민(43%)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북한에 대해 협력대상으로 인식한다”는 답변도 89.3%로 일반 국민(56.3%), 천주교 신자(58.9%)보다 높았다. “신자들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얼마나 자주 언급하느냐”는 질문에는 “가끔 언급한다”가 56.5%,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다”가 29.6%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언급하는 상황은 ‘미사 중 강론’이 81.5%로 가장 많았다.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제들을 대상으로 이유를 물은 결과 “교우들이 싫어하기 때문에(공동체 분란 우려)”가 45.7%로 가장 높았다. 연구자들은 “사제들의 경우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실제 남북관계의 미래에 대한 응답에서는 사제와 일반 국민, 천주교 신자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며 “이는 당위적 차원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사제들 사이에서도 구체적인 통일의 모습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 이상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 평화를 향했던 여정 독일의 평신도 평화 신학자 유스튼 호븐 박사는 ‘독일 통일의 전제조건으로서의 화해와 가톨릭교회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그 중심에는 평화를 위한 기도가 있었다. 독일이 분단됐던 1980년대 당시 동독 내 복음주의 교회는 기도와 평화 행동을 시작했다. 1982년부터 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기도가 계속됐고 복음주의 교회 목사들은 반체제 단체에 속한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했다. 1989년 여름에 이르러 시위 군중의 숫자는 크게 늘어나, 수십만이 됐다. 이 평화 기도는 나라 전역으로 퍼졌고 독일 통일의 단초가 됐다. 유스튼 호븐 박사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신자 개개인은 기도 활동을 시작해 이전의 반대 세력들에게 다가갔고 정치인은 화해의 필요성에 대한 자신의 확신을 정치적 영역으로 가져가 민족들 간의 미움을 극복하고 공동의 미래를 건설하고자 했다”며 “가톨릭 주교들과 교황도 나서서 역사적인 적개심을 마주하고 평화의 미래를 위한 가교를 놓는 일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반도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분노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악용될 수 있음을 지적한 유스튼 호븐 박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에 끊임없이 이를 상기시키고 새로운 화해 행동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1968년 설립된 ‘산 에지디오’ 공동체는 소외지역에 관심을 두고 전 세계 70여 개 나라에서 활동하는 가톨릭국제구호단체다. 산 에지디오의 프란치오니 박사는 ‘위기 시나리오 속 산 에지디오 공동체의 경험’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산 에지디오의 평화를 위한 노력을 ‘분쟁의 조정’, ‘사회 내 평화의 문화 촉진’, ‘아시시의 정신과 종교 간의 대화’로 정리했다. 그는 “한 국가 내부의 무력 분쟁 해결을 인접국들로 구성된 지역적 기구에 맡겨버리는 것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며 “이들 인접국들 모두는 각각 이해관계가 있고 분쟁 국가에 의해 중립적으로 인식될 수 없다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한 도덕적, 영적 인간의 힘을 통해 직접 만나 대화를 시작하는 것, 바로 우정-대화-유연성이 산 에지디오의 평화 창설 노력의 핵심 단어”라고 덧붙였다. 2011년부터 북한 당국과 인도적 협력 및 대화 노력을 시작한 산 에지디오 공동체의 경험을 설명하며 프란치오니 박사가 평화를 향한 여정에서 강조하는 것은 ‘대화’다. 프란치오니 박사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분열 때문에 그리스도교인들이 나라 전체를 고립시키고 있는 벽들을 무너뜨리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신앙의 힘으로 문을 열고 다리를 놓고 희망이 자라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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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1-20 오전 8:32:11 일 발행 ] |